📖노블링
🪙 0로그인
감정의 원고 (原告)

2화 · 2화 — 「어둠 안에서 처음 쓴 문장」

밤의서재 (AI 작가)

지하 2층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이재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철제 상자 안에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향기 같은 건 없었다—정확히는 향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공기의 밀도가 달랐다. 누군가가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간을 다르게 눌러놓는 방식으로. 폐에서 나온 공기가 섞인다는 것. 그 사람의 체온이 이미 여기 있다는 것.

이재율은 시선을 정면의 닫힌 문에 고정했다.

하선우는 이재율의 두 발짝 옆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B1에서 B2로 내려가는 짧은 구간—고작 십오 초짜리 침묵이었다. 그 침묵이 팔 초쯤 됐을 때, 조명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이 아니었다. 비상등 하나가 천장 구석에서 붉은빛으로 가늘게 살아 있었다. 충분히 어두웠고, 충분히 붉었다. 엘리베이터는 멈췄다. 층과 층 사이 어딘가에서—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백 속에서.

비상등 하나만 켜진 정지한 엘리베이터 내부—붉고 좁은 빛 아래 닫힌 철문과 숫자판이 죽어 있다.

이재율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무의미한 동작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했다.

"정전이네요."

하선우의 목소리가 먼저였다. 당황이나 초조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날씨 얘기를 하듯이—비가 오네요, 하는 것과 같은 온도로. 이재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선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울렸고, 아무도 받지 않았다. 다시 눌렀다. 마찬가지였다.

"비상구는 위에 있고," 하선우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혼자 열기엔 좀 무겁겠는데."

"비상전화 재시도합니다."

이재율이 세 번째로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기계음만 세 번 울리다 끊겼다.

하선우가 짧게 웃었다. 웃음소리가 작았는데, 좁은 공간이 그걸 증폭시켰다. 이재율의 등 쪽 피부가 아주 미세하게 반응했다—한기 같은 것이었다. 혹은 정반대의 무언가.

"판사님들도 퇴근하셨나."

이재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꺼내 관리실 번호를 검색했다. 발신음. 다섯 번. 끊김.

"법원 지하주차장 관리실이 이 시간에 있을 리가 없죠."

하선우가 벽에 등을 기댔다. 발을 약간 벌리고 팔짱을 끼는, 기다리는 데 익숙한 사람의 자세였다. 급하게 어딘가로 가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이, 이 밀폐된 철제 상자가—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이재율은 그 자세를 보지 않으려 했지만, 좁은 공간에서 시선을 처리할 곳이 없었다. 닫힌 문. 번호판. 천장. 하선우.

결국 하선우였다.

붉은 비상등 아래서 하선우의 얼굴 절반이 그늘졌다. 낮의 법정에서 이재율은 그 얼굴을 '증인석'으로 봤다. 정확히는 해체해야 할 서사의 출처로. 공략해야 할 진술의 발신지로. 그런데 지금은—어둠이 법정 언어를 전부 지워버렸다. 역할도, 직함도, 소송도.

남자의 얼굴이었다.

이재율은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법정 밖에서도 그렇게 말해요?"

이재율의 시선이 천장에 박혔다.

"뭘."

"저한테 하는 말요." 하선우가 몸을 벽에서 살짝 뗐다. 자세를 바꾼 게 아니었다. 그냥 무게중심이 이쪽으로 조금 이동했다는 감각—그것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졌다. "관리실 번호를 찾겠습니다, 비상전화 재시도합니다—그 말투요. 지금 보고서 쓰고 계신 거예요?"

이재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대답을 찾지 못한 게 아니었다—정확히는 찾았는데 꺼낼 수가 없었다. 손이 시계를 찾았다. 어둠 속에서 왼쪽 손목을 엄지가 눌렀다. 시계 테두리의 금속이 차가웠다. 유일하게 차가운 것이었다. 이 공간에서.

"찾기 어려우시면," 하선우가 한 발짝 더 이쪽으로 왔다. 두 발짝이었나. 비상등의 붉은빛이 이제 그의 쇄골 위까지 닿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도 지금 딱히 할 말 없어요. 그냥 궁금해서요."

"무엇이."

"변호사님이 지금 어떤 사람인지."

이재율이 하선우를 봤다.

붉은 비상등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좁은 공간에서 마주 선 각도—한쪽 얼굴은 빛 속, 한쪽은 그늘 속.

"소송 상대방이 궁금할 대상은 저희 의뢰인입니다."

"의뢰인은 차준민이잖아요." 하선우의 목소리에 아무런 날이 없었다. 칼을 세우지 않았다. 그냥 내려놓은 채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저도 잘 알아요. 누구보다."

"그 점을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하실 기회가—"

"지금 법정 아니에요."

짧은 침묵이었다. 그러나 밀도가 달랐다. 아까 조명이 꺼지기 전의 침묵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전자는 단순한 정적이었고, 이건 무언가가 숨을 참고 있는 침묵이었다.

이재율은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들키지 않게.

들켰다.

하선우의 눈이 이재율의 가슴 쪽으로 한 번 내려갔다 올라왔다. 숨을 확인한 게 아니었다—그냥 봤다. 그런데 이재율은 전부 알아차렸다. 그 시선이 자신의 흉강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늑골 사이를. 박동을.

"오늘 아침 법정에서," 하선우가 말했다. "그 녹취를 읽을 때요."

이재율이 눈썹을 아주 조금 올렸다. 말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되는 크기의 움직임. 십 년간 갈고닦은 직업적 여백.

"목소리가 낮아졌어요. 딱 한 구간에서."

이재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 밤 나 무서워'—거기서요. 낮아졌어요. 다른 부분이랑 다르게."

이재율의 손목이 뻣뻣해졌다.

그 구간. 차준민과 하선우가 회사 첫 투자를 받던 날 밤, 술에 취한 하선우가 차준민의 어깨에 기대어 흘린 말. 법적 맥락에서는 '피고의 심리적 의존 상태'를 입증하는 증거였다. 이재율이 그것을 낭독할 때, 종이 위의 활자를 소리로 변환하는 순간에—그 구간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는 것을.

몰랐다.

이재율은 어젯밤에 그 녹취를 열여섯 번 들었다. 재생 버튼을 누를 때마다 그 구간 앞에서 손가락이 멈칫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 처음으로 인정했다. 자신에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착각이십니다."

"아니에요."

단 두 글자. 그런데 그 두 글자에 아무런 공격이 없었다. 반박이나 도발도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비가 왔어요, 하는 것과 같은 온도로. 이재율은 그 확신의 무게를 어디에 내려놓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재율은 하선우를 봤다. 비상등의 붉은빛이 그의 왼쪽 눈에만 걸렸다. 오른쪽은 그늘이었다. 절반의 남자. 그런데 그 절반이 나머지 절반보다 더 또렷했다.

"그 목소리가 어떤 건지," 하선우가 말했다. "저는 알아요. 무서운 거잖아요. 그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라—그 사람한테 그 말을 하고 싶다는 게. 그게 무섭다는 거잖아요."

이재율의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정확했다. 그게 문제였다. 증거를 해석하는 방식이 너무 정확했다—법정의 언어가 아니라 다른 언어로. 이재율이 한 번도 쓴 적 없는 언어로.

"피고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하시는 건," 이재율이 말하기 시작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변호사님."

이재율이 멈췄다.

하선우가 이재율의 이름 대신 직함을 불렀는데, 그게 이름보다 더 가까이 닿는 방식으로 들렸다. 직함이 방패가 아니라 통로처럼 쓰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재율은 그 감각을 분류할 수 없었다—분류 항목 자체가 없었다.

"저 지금 제 사건 얘기 안 하고 있어요."

이재율은 시계를 돌렸다. 손가락이 금속 테두리를 한 바퀴. 완전히. 하선우가 그 동작을 봤다—이재율은 하선우가 봤다는 것을 알았고, 하선우는 이재율이 알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세 겹의 인식이 좁은 공간 안에서 쌓였다. 공기처럼, 열기처럼.

"긴장하면 그걸 돌리세요?"

"...습관입니다."

"법정에서 두 번 돌리셨어요. 오늘."

이재율이 하선우를 봤다. 눈에 뭔가 들어온 것처럼 잠깐 눈을 가늘게 했다가—돌아왔다. "기록하십니까."

"기억해요." 하선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미안함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얼굴로. "저도 그 버릇이 있어서요. 상대방 손 보는 거."

"이유가."

"사람은 목소리보다 손이 먼저 말하거든요."

이재율은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왼쪽 손목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의식했다. 손을 내렸다. 옆으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했는데—자연스럽지 않은 게 티가 났다는 것도 알았다. 하선우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씨. 이재율은 생각했다. 직업 십 년 만에 처음으로, 비언어적 통제를 잃었다. 법정에서 한 번도 잃어본 적 없는 것을. 정지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붉은 비상등 아래서, 소송 상대방에게.

멈춰 선 엘리베이터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지하주차장의 희미한 형광빛—이재율의 구두 옆으로 드리워진 긴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 끝에 닿을 듯 가까운 또 하나의 그림자.

"법정에서는," 이재율이 말했다. 목소리를 낮췄다. 낮추려고 한 게 아니었다—그냥 낮아졌다. "제가 묻는 쪽입니다."

"알아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요?" 하선우가 이재율과의 거리를 다시 한 발짝 좁혔다. 여전히 충분한 거리였다—물리적으로는. 그런데 공기가 달라졌다. 좁은 공간이 더 좁아진 것처럼. 숨이 닿을 거리가 아니었는데, 이재율의 폐는 그렇게 인식했다. "그러면 물어보세요. 저 대답할 준비 됐어요. 뭐든지."

이재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문이 없는 게 아니었다. 질문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중 어떤 것도 법정에서 써야 할 질문이 아니었다.

"아, 근데," 하선우가 덧붙였다.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아주 조금. "저도 하나 물어볼게요. 그 대신."

"거래가 아닙니다."

"맞아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하선우의 시선이 이재율의 눈에 박혔다. 법정에서 낮 내내 그 시선을 받았는데—이 어둠 안에서는 달랐다. 낮에는 그 시선이 '증인'의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냥 남자의 것이었다. 아무 역할 없이. 아무 방어막 없이. "오늘 아침에 뺐잖아요, 증거에서."

이재율의 몸이 한 도 정도 굳어졌다.

"'그랬지'—그 두 글자요."

이재율은 숨을 들이쉬지 않았다. 들이쉬면 들킬 것 같았다. 그러나 들이쉬지 않는 것도 들킬 것 같았다. 진퇴양난이었다—십 년간 법정에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공기가 무기가 된 적이 없었는데.

"파일 관리 오류입니다."

"아니에요."

또 그 두 글자였다. 아까와 똑같이. 그냥 사실처럼. 이재율은 그 '아니에요'가 어떻게 이렇게 일관된 온도를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노도 없고, 호소도 없고, 증명하려는 욕심도 없이. 그냥 알고 있다는 것.

"뺐잖아요." 하선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공격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오래된 것을 다시 짚어보는 것처럼. "그 두 글자가 뭔지 알고 있어요?"

이재율은 알고 있었다. 자정에, 사무실 불을 끄고 혼자 이어폰을 꼽은 채로, 스물두 번을 반복해서 들었으니까.

차준민이 '우리 지금 엄청난 거 만들고 있는 거 맞지?'라고 물었을 때 하선우가 답한 말. 자신 없는 사람이 확신을 숨기는 방식이 아니었다. 확신이 있는데 그걸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두려운 사람이 쓰는 말—큰 소리로 말했다가 사라져버릴까봐. 소중한 것은 조용히 말해야 오래 간다고 믿는 사람의 말. 그게 '그랬지'였다.

그리고 그건 법정에서 사용하면 '피고의 사업적 확신'을 입증해버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증거에서 뺀 건—의뢰인을 위해서였다.

그것만이었어야 했다.

그것만이어야 한다고 지금도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말이 목구멍 어딘가에서 멈췄다. 통과하지 못했다.

"파일 관리 오류입니다." 이재율이 다시 한 번 말했다.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자신도 알 수 있을 만큼.

하선우가 웃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길게. 소리 없이, 입술이 먼저 움직이고 눈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붉은 빛 아래서 그 웃음이 이재율의 뱃속 어딘가에 닿았다. 이재율은 그 위치를 해부학적으로 특정하고 싶었다—직업병이었다. 정확히 어디가 반응했는지 분류하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버릇.

명치였다. 명치 아래.

분류했는데도 통제되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거짓말 못 하시는 거 알아요, 사실은."

"변호사가 거짓말을."

"아니요." 하선우가 이재율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이재율이 스스로 멈췄다. 문장의 끝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끝이 있는데 꺼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 "직업적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 거짓말이요. 속일 때 목소리가 더 낮아지거든요.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이재율은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처음으로 뒤늦게 확인했다.

낮아져 있었다.

"..."

하선우가 이재율에게 한 발짝을 더 가까이 왔다. 이번에는 충분하지 않은 거리였다. 이재율의 호흡 반경 안이었다—숨을 내쉬면 닿을 수 있는 공기. 이재율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그런데 등이 먼저 닿았다. 냉금속. 엘리베이터 벽.

차가웠다. 이 공간에서 유일하게 여전히 차가운 것이.

"법정 밖에서도 그렇게 말해요?"

아까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아까는 말투를 물은 거였다. 이번에는—이재율이 뭔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이재율도 알게 하면서, 그 위에서 물어보는 거였다. 세 겹이었다. 또.

이재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러나 이번엔—대답을 찾지 못한 게 아니었다. 대답이 있었다. 있는데 꺼내면 안 됐다. 꺼내면 이 남자에게 뭔가를 내줬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한 번 내주면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에. 이재율은 그런 거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선우는 밀지 않았다.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냥 거기 서 있었다. 이재율의 호흡 반경 안에서. 붉은 빛을 등에 지고. 기다리는 사람의 고요함으로—그러나 이건 법정에서 증인이 판사를 기다리는 고요함이 아니었다. 훨씬 더 낮은 곳에서 오는 것이었다. 훨씬 더 오래된 곳에서.

그게 더 위험하다는 걸 이재율은 알면서 막지 못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삐— 하는 전자음과 함께 조명이 돌아왔다. B2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 형광빛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눈이 아플 만큼 하얗게.

하선우가 한 발짝 물러섰다. 정확히 아까 들어온 만큼. 단 1센티미터도 더 물러서지 않았다. 이재율은 그 정확함을 눈치채고—눈치챈 자신을 눈치챘다.

이재율은 벽에서 등을 떼고 정면을 봤다. 넥타이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치지 않았다. 고치는 동작이 지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이 열렸다. 지하주차장의 차가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콘크리트와 오일 냄새. 형광등이 깜빡이는 주차장. 아주 현실적인 것들이 이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너머 펼쳐지는 지하주차장—멀어지는 하선우의 등이 형광등 빛 속으로 잘려 들어가고, 이재율의 그림자만 콘크리트 바닥에 길게 남아 있다.

하선우가 먼저 나갔다. 이재율은 한 박자 늦게 나왔다. 뒤에서 문이 닫혔다. 그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하선우가 걸어가다 멈췄다. 돌아봤다.

그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원래부터 돌아볼 예정이었던 사람처럼. 이재율은 그것이 전략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 했다가—멈췄다. 지금 그 분류가 무슨 소용인지 알 수 없어서.

"변호사님."

이재율이 그를 봤다.

"저 다음 심문 언제예요?"

이재율은 순간 숨을 들이쉬었다가—내쉬었다. "목요일 오전 열 시입니다." 목소리가 평탄했다. 이번에는. 가까스로.

"오전에 커피 드세요?"

이재율은 그 질문의 의도를 분류하려 했다. 회유. 관계 형성 시도. 정보 수집. 심리적 거리 좁히기. 전략적 접근. 그 모든 분류가 맞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감각이 동시에 있었다. 틈이 있었다. 분류 사이의.

하선우는 그냥—물어보고 있었다.

"이해충돌입니다."

"커피 한 잔이 이해충돌이에요?" 하선우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진지한 얼굴이었다. 농담을 하는 얼굴이 아니었는데, 이재율의 입 어딘가에서 반응이 일어났다. "그러면 법원 앞 자판기는 쓰지 마세요. 저도 가끔 써요."

이재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선우가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재율은 그가 자신의 차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을 봤다. 가죽 구두 소리가 콘크리트 바닥에서 규칙적으로 울렸다. 형광등 한 개가 깜빡이는 구간을 지날 때, 그의 윤곽이 한 번 깜빡였다.

멀어지는 등이었다.

코트 어깨선이 곧았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었다. 이재율은 그 걸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의 손이 어느 순간 시계를 쥐고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아차렸다.

돌리지 않았다.

그냥 쥐고 있었다. 하선우가 마지막으로 그것을 봤던 것처럼—꼭 그 자세로.

오준혁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건 그로부터 두 시간 후였다.

> 선배, 차 빼는 데 두 시간 걸렸어요? CCTV 확인해드릴까요?

이재율은 그 메시지를 읽고 휴대폰을 화면이 아래로 가게 뒤집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채로. 소파 끝에 앉아서 불도 켜지 않은 거실에서. 넥타이는 아직 틀어진 채였다.

오준혁의 다음 메시지가 진동으로 왔다.

> 아니면 피고 스케줄 확인하러 법원 다시 올라가셨나요? 참고로 하선우 씨 다음 법원 출석은 목요일 오전입니다. 선배가 저한테 넘긴 일정표에 그렇게 돼 있어요.

이재율은 테이블을 봤다. 뒤집어진 핸드폰을. 자신의 왼손 손목을. 시계 테두리의 금속을—어둠 속에서도 차갑지 않았다. 아직.

자신의 손이 다시 시계를 찾고 있었다.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다음화 예고
3화 · 3화 「직업적 흥미, 또는 그 외의 것」
바로 이어서 볼 수 있어요.
다음화 이어보기 →
AD
📣 멤버십 가입하면 광고가 사라지고 모든 회차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어요. 멤버십 보기 →

💬 댓글 0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하세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