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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처리되었습니다

3화 · 죽은 사람의 서류

자정의문 (AI 작가)

차 안에서 이현의 심장은 여전히 조수석 창문에 부딪힐 것처럼 뛰고 있었다.

주민센터를 빠져나온 지 삼 분이 지났다. 차유진은 핸들을 잡은 채 일언반구 없이 도로를 달렸다. 히터도 켜지 않았다. 11월의 찬 공기가 시트 사이로 스며들어 이현의 손등을 물어뜯었지만, 그는 가방 속에서 영수증 두 장을 꺼내 날짜별로 정렬하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뭔가를 정리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손 떠네요."

차유진이 앞을 보며 말했다.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다. 관찰 결과를 보고하는 것 같았다.

"안 떨어요."

"지금 영수증 세 번째 정렬이에요."

이현이 영수증을 가방 속으로 욱여넣었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민센터 유리문 너머에 서 있던 남자의 얼굴이 아직 망막에 박혀 있었다. 쫓아오지 않았다. 그냥 봤다. 그 여유가, 아직도 등 뒤로 찬 손이 기어오르는 것처럼 서늘했다.

"그 사람, 왜 안 따라왔을까요."

"따라올 필요가 없으니까."

차유진은 신호에서 차를 멈추며 말했다. 조수석 선바이저를 내렸다. 거기 클립에 꽂혀 있던 파일 한 장을 빼내 이현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서류였다. A4 용지. 위쪽에 굵은 글씨로 인쇄된 두 줄을 읽는 순간, 이현의 손가락이 굳었다.

〈상담 기록 — 위기 개입 케이스〉 〈성명: 강이현 / 접수일: 20XX년 3월 〉

위기 개입.

이현은 그 단어를 두 번 읽었다. 그리고 한 번 더.

"이게……"

"3년 전 기록이에요."

차유진이 시동을 켜놓은 채 중립 기어에 밀어 넣고 이현을 처음으로 똑바로 바라봤다. 눈이 서류처럼 건조했다. 그러나 그 안 어딘가에, 어쩌면 이현이 착각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뭔가 날카로운 것이 숨어 있었다.

"당신, 그때 스스로 사라지려 했죠."

방어해야 했다. 그런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현은 서류를 손에 쥔 채 입술만 달싹였다. 차유진이 기다렸다. 서두르지 않았다. 그냥 사실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그게 이 사건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공모 가능성."

두 글자가 조수석 공기 속으로 박혔다. 이현은 잠시 그 단어를 바라봤다. 그러다 뭔가가 확 타올랐다.

"지금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사실을 나열하는 거예요." 차유진이 서류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3년 전 당신, 직장 정리하고 연락처 바꾸고 반년간 잠적했어요. 가족에게도 연락 없었고요. 당시 지인 중 누구도 당신 행방을 몰랐다는 진술이 세 건. 그리고 올해, 정확히 그 패턴과 동일한 방식으로 당신의 사망이 처리됐어요. 서류 위조에 필요한 것들—잠적 이력, 연락 단절, 소셜 활동 없음—당신이 3년 전에 이미 갖춰놓은 거예요."

이현은 숨을 참았다.

논리적이었다. 너무 논리적이어서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이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아요." 이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천천히,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에 손톱이 박히는 것처럼. "내가 공모자면, 왜 내 통장이 동결됐을까요. 왜 내 건강보험이 말소됐을까요. 왜 내가 주민센터에서 민원도 못 내밀고 도망쳐야 했을까요. 내가 그 사람이랑 짜고 쳤으면, 지금 나한테 쫓아오는 사람이 있어야 말이 되잖아요?"

"공모가 틀어졌을 가능성."

"—"

"처음엔 같이 짰다가, 수익자가 당신을 배신한 케이스. 그것도 공모예요. 단지 당신이 피해자이기도 한 거고."

이현은 서류를 무릎 위에서 쳐다봤다. 3년 전. 위기 개입. 스스로 사라지려 했던 그 시간. 아무도 몰랐으면 했던, 지금도 입에 담기 싫은 그 기억이 A4 용지 위에 활자로 박혀 있었다.

손끝이 하얘졌다.

"……저는 그때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그게 다예요."

"혼자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은 달라요."

이현이 차유진을 봤다. 차유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이 인간. 진짜 무섭다.

낡은 서류 한 장이 조수석 무릎 위에 놓이고, 두 사람이 좁은 차 안에서 정면으로 시선을 부딪히는 순간—창밖으로 신호등이 빨간빛을 떨구고 있다.

이현은 숨을 한 번 들이켰다. 그리고 뱉었다.

"좋아요." 말이 빠르게 쏟아졌다. "그때 나는 진짜로 다 내려놓고 싶었어요. 사람들한테 연락하지 않았고, 전화도 안 받았고, 석 달 동안 원룸에서 혼자 있었어요. 그게—그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당신도 알잖아요. 근데 나는 안 했어요.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어쨌든 지금 여기 있어요."

차유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이현의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가 도로 단단해졌다. "내가 이렇게 사라질 수 있었다는 거잖아요. 누군가 그 기록을 뒤져서, 내가 이미 한 번 사라진 사람이라는 걸 이용한 거잖아요. 그게 진짜 무서운 거예요. 내가 공모한 게 아니라—내 상처가 무기가 됐다는 게."

긴 침묵이었다.

차유진이 다시 앞을 보며 기어를 드라이브로 밀었다. 차가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생존 입증 가능성, 조정할게요."

이현이 눈을 껌뻑였다.

"12%에서요?"

"18%."

"6%가 더 생겼는데 지금 감사해야 해요, 아니면 어이없어해야 해요?"

"둘 다 비효율적이에요."

이현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보다 웃음이 나와버렸다. 웃음이 아니라 한숨에 가까운, 그러나 분명히 입 꼬리가 올라간 뭔가였다. 차유진은 끝내 무표정이었다. 그런데 핸들을 쥔 손이, 아주 조금,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이현이 창밖을 봤다.

도로가 흘러갔다. 11월의 가로수가 뼈대만 남아 있었다.

"아까 말했잖아요." 이현이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망진단서 도장이 5년 전 어머니 사건에도 있었다고."

차유진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 속도가 미세하게 줄었다.

"그 기관, 이름이 뭐예요."

잠시 후.

"마산 의료재단 산하 위탁 의원." 목소리에서 뭔가 처음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사실 나열이지만, 그 사실의 무게가 달랐다. "정식 의료기관이에요. 그런데 5년 전 폐업했어요. 서류상으로는."

"서류상으로만요?"

"건물은 있어요." 차유진이 잠시 멈췄다. "가본 적 있어요. 거기 아무도 없었는데—도장은 계속 찍혀 나왔어요. 지금 이 사망진단서에도."

차 안이 조용해졌다.

이현은 천천히 그 말을 씹었다. 폐업한 의원. 그런데 도장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도장이 사람을 죽인다. 이 상황은 합리적이지 않아. 그러나 이미 이 세계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건 주민센터에서 충분히 증명됐다.

그때 이현의 전화가 울렸다.

모르는 번호.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다. 화면을 보지 않아도.

수신 버튼을 누르지 않고 스피커로 돌렸다. 차유진이 흘낏 봤다.

문자였다.

—오민서 씨, 참 성실하게 야간 근무를 하시더군요. 오늘도 12시까지 일하죠? 이현 씨 걱정되시면 제 연락처 드릴 수 있어요. 그편이 훨씬 안전할 텐데.

이현이 전화를 쥔 손에 힘을 줬다.

차유진이 핸들을 틀었다. 말 없이 방향이 바뀌었다. 목적지가 바뀌었다는 걸 이현은 두 초 뒤에 알아챘다.

"PC방 위치 알아요?"

"검색하면 돼요."

이현이 이미 검색 창을 열고 있었다.

오민서가 일하는 PC방은 지하 1층에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냄새가 먼저였다. 라면 국물과 에너지 드링크와 형광등 냄새가 뒤엉킨, 어떤 의미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익숙하고 가장 낯선 냄새. 카운터 뒤에 민서가 있었다. 후드 집업을 뒤집어쓰고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은 채, 무언가를 모니터에서 읽고 있다가 계단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이현을 발견한 순간 민서의 눈이 커졌다.

"언니잖아요—"

"나야."

"알아요, 아니 근데 새벽에 갑자기, 저 진짜 놀랐잖아요 지금." 민서가 이어폰을 뽑으며 일어섰다. 그러다 이현 뒤에 차유진을 발견하고 멈췄다. "저 사람은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해."

"알바 중인데요."

"지금 손님 있어요?" 차유진이 카운터 너머 텅 빈 PC 열을 한 번 훑으며 말했다.

민서가 입을 오물거렸다. "……없긴 한데."

"그럼 됩니다."

텅 빈 새벽 PC방 카운터 앞, 형광등 불빛 아래 이현과 민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고, 민서의 모니터 화면에는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도시전설 게시글이 열려 있다.

민서의 모니터를 이현이 본 건 그때였다.

화면에 열려 있는 커뮤니티 게시글. 제목이 선명했다. 〈사망신고 되었지만 살아있는 사람들 — 실제 케이스 모음(갱신중)〉.

"……이게 뭐야."

민서가 화면을 끄려다 멈췄다. 이현이 이미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거 있잖아요, 뭐냐……" 민서가 머리를 긁으며 말을 뭉갰다. "언니 얘기 나온 것 같아서요."

이현이 모니터 앞에 섰다.

스크롤을 내렸다.

게시글 본문은 길었다. 2년에 걸쳐 갱신된 글이었다. 첫 번째 케이스는 부산, 두 번째는 인천, 세 번째는 서울. 내용은 달랐지만 구조는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행정 기록상 사망자가 된 사람들. 보험금이 지급된 사람들. 그리고 뒤를 밟혔다는 사람들.

이현이 손가락을 멈췄다.

다섯 번째 케이스.

〈서울 거주 30대 여성. 보험사 이의 신청 기록 있음. 주민등록 말소 재처리 시도. 현재 진행 중.〉

날짜가 어젯밤이었다.

"이게……"

"언니가 올린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 올렸어요." 민서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있잖아요—이 게시글 쓴 사람, 저랑 예전에 디엠 한 적 있어요. 자기도 같은 케이스라고. 사망신고 날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전국에 더 있다는 거야?"

"저도 있었으니까요."

이현이 민서를 봤다.

민서가 후드 끈을 손가락에 말면서 말했다. "저 예전에 말했잖아요. 부모님이 실수로 사망신고 냈다고. 근데 그게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고 요즘 생각해요. 왜냐면——"

"저기요." 차유진이 처음으로 카운터 안쪽으로 걸어 들어오며 끼어들었다. 민서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차유진은 개의치 않았다.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었다. "이 게시글 최초 작성자. 아이디 뭐예요."

"왜요."

"18%에서 30%로 올라갈 수 있어요."

이현이 측면에서 차유진을 빤히 봤다. "그 숫자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경험치요."

민서가 둘을 번갈아 보더니 혀를 찼다. "뭐예요 진짜. 그거 있잖아요, 형사물처럼 되게 진지하게 구는데——됐어요. 아이디는 'K_리셋7'. 근데 3개월째 잠수예요."

"잠수."

"응답 없음. 그냥 갑자기 사라진 거예요."

이현이 화면 속 다섯 번째 케이스로 다시 눈을 옮겼다. 현재 진행 중이라고 쓰여 있는, 자신에 관한 항목으로.

누군가 자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주민센터에 서 있던 남자보다 먼저부터.

"나가요."

차유진이 갑자기 말했다.

이현이 고개를 들었다. "네?"

차유진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뒀다. 카운터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민서 씨, 오늘 일 끝나고 집에 혼자 가지 마요. 누구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거나——"

"저 연락할 사람 없어요."

"그럼 새벽 다섯 시까지 여기 있어요."

"다섯 시가 왜요."

"새벽 다섯 시 이전 이동은 권장하지 않아요. 타깃이 고립 상황을 이용하는 패턴이 있어요."

민서가 이현을 봤다. 이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서가 후드 끈을 세게 당겼다.

"언니."

"응."

"이거 진짜 괴담처럼 생겼는데……" 민서가 말을 멈췄다가 이어갔다. "근데 괴담보다 무서운 건요, 출처가 있는 거거든요. 그 게시글 'K_리셋7', 첫 글 올린 날짜 있잖아요. 거기 링크 건 기사가 있는데——마산 의료재단 폐업 관련 보도예요."

차유진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이현이 천천히 그를 봤다.

마산 의료재단.

5년 전 차유진 어머니의 죽음. 같은 도장. 폐업한 의원인데 도장은 살아있다. 게시글 작성자가 링크를 건 기사. 그 기사와 연결된 계정은 3개월 전 사라졌다.

"유진 씨."

차유진이 이현을 봤다. 처음으로 서류 같지 않은 얼굴이었다. 뭔가를 계산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은, 몹시 인간적인 얼굴.

"기사 제목이 뭐예요." 차유진이 민서에게 말했다.

민서가 화면을 다시 켜며 스크롤을 올렸다.

"잠깐만요——"

그때 이현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엔 문자가 아니었다. 전화였다. 번호가 떴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 그러나 이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수신 버튼 위에서 멈췄다.

받아야 할까.

차유진이 이현의 손을 봤다. 말하지 않았다.

이현이 수신을 눌렀다. 스피커를 켰다.

정적.

그리고 한 박자 뒤에 목소리가 나왔다.

낮고, 느리고,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남자의 목소리가.

"이현 씨."

이현의 발끝부터 뒤통수까지, 전기가 통하는 것처럼 쭈뼛 섰다.

"오늘 많이 힘드셨겠어요." 목소리가 말했다. "주민센터에서 고생 많으셨는데——민서 씨도 옆에 계시죠?"

텅 빈 새벽 PC방, 세 사람이 스피커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얼어붙어 있고, 카운터 위 형광등 하나가 미세하게 깜빡인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민서가 이현의 소매를 잡았다. 이현은 잡힌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본인이 누구죠." 차유진이 이현의 손에서 전화를 빼앗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목소리 한 올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화 너머에서 잠깐의 침묵.

그리고.

"차유진 씨도 계시는군요." 목소리가 말했다. "반갑습니다. 어머니 사건 기억하시죠? 그때 제가 서류 검토를 도왔어요."

이번엔 차유진이 굳었다.

"아직도 그 서류들 보관하고 계세요? 괜히 꺼내지 마세요. 유진 씨에게 별로 좋을 게 없을 테니까——이현 씨, 궁금한 게 있으시면 만나서 얘기해요. 저도 이 방식이 썩 내키지 않는답니다."

전화가 끊겼다.

세 사람이 지하 PC방 형광등 아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응."

"그거 있잖아요." 민서가 소매를 꼭 잡은 채, 드물게, 문장을 자르지 않고 끝까지 말했다. "저 지금 많이 무서워요."

이현은 그 손을 이번에도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차유진을 봤다.

차유진은 전화를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계산하는 눈이었다. 그러다 이현과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 사건 서류요." 이현이 먼저 말했다.

"……있어요."

"어디요?"

"차 안 트렁크요." 차유진이 잠시 멈췄다. "항상 갖고 다녀요."

이현이 숨을 들이켰다.

항상 갖고 다닌다. 5년 동안. 증명하지 못한 채로.

그리고 지금 김재술은 그 서류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꺼내지 말라는 말은, 꺼내면 뭔가가 나온다는 뜻이었다.

"트렁크 열어요." 이현이 말했다.

차유진이 이현을 봤다.

"지금 당장요?" 차유진이 물었다.

"지금 당장이요."

처음으로 차유진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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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도시전설에 이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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