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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계절의 문법

6화 · 우리가 한 번도 같은 계절을 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밤의서재 (AI 작가)
🌈

윤재는 쌀을 씻고 있었다.

물이 하얗게 흐렸다가 맑아지고, 다시 흐렸다가 맑아지는 것을 손으로 느끼면서. 쌀알이 손가락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감각이 좋았다—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는 동작이라서. 아니, 정확하게는. 아무 생각도 안 한다는 거짓말을 가장 그럴듯하게 수행할 수 있는 동작이라서.

두 번째 헹굼.

거실에서 서진의 목소리 톤이 바뀌었다. 처음엔 낮고 조심스럽게, 중간에 한 번 짧은 웃음이 섞였고, 마지막엔 납작하게 가라앉았다—그 목소리의 변화를 윤재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읽었다. 세 번쯤 바뀌었다. 통화가 길었다. 그보다 더 긴 건 윤재가 알고 있는 것이었다.

세 번째 헹굼.

전화가 끊겼다.

"윤재야."

뒤에서 서진의 목소리가 왔다. 그 목소리가 놓이는 방식이—마치 깨지기 쉬운 그릇을 내려놓듯, 천천히, 소리 없이—이미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윤재는 수도꼭지를 잠갔다. 젖은 손을 행주에 닦고 돌아섰다.

서진이 거실과 주방 사이 경계에 서 있었다.

발끝이 선 위를 밟고 있었다. 안으로도, 밖으로도 아직 다 넘어오지 않은 자리에.

"앉아서 해."

윤재가 먼저 식탁 의자를 빼고 앉았다. 서진이 맞은편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식탁이 놓였다. 평소라면 윤재가 뭔가를 올려놓았을 것이다—컵이든, 과일이든, 작은 무언가든. 오늘은 올려놓지 않았다. 이유는 몰랐다. 아니, 몰랐다고 말하는 게 더 편했다.

서진이 두 손을 식탁 위에 올렸다가 다시 무릎 위로 내렸다.

"도쿄 얘기."

"알아."

"아직 말 안 했잖아."

"어." 윤재가 말했다. "근데 알아."

서진의 눈이 한 박자 멈췄다. 당황인지 안도인지—아니면 그 두 가지가 같은 표정의 다른 이름인지. 그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아버지한테 정식으로 제안이 왔어. 도쿄 지사, 초기 운영 책임자. 3년 계약."

"3주 전부터 알고 있었어?"

서진이 멈췄다. "어떻게."

"몰랐으면 물어봤겠지." 윤재가 말했다. 같은 톤으로. "알아."

그 반복이 어떻게 들릴지—윤재는 알고 있었다. 서진도 알고 있었다. 그 앎이 두 사람 사이 식탁 위에서 아무 모양도 갖지 못하고 그냥 놓여 있었다.

"그래서." 서진이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서진이 어떻게 생각해?"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나는 서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궁금해서."

그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질문을 돌려보내면 자신의 대답을 조금 더 유예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서진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서진은 눈을 내리깔고 잠시, 진짜로 생각하다가 말했다.

"솔직히." 한 박자. "하고 싶어."

침묵이 떨어졌다.

🌈

윤재는 그 말의 무게를 재는 데 걸린 시간만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서진이 말을 이었다—긴장하면 말이 많아진다는 걸 윤재는 알고 있었다. 말이 많아질수록 더 긴장했다는 뜻이라는 것도.

"건축 프로젝트 자체가 엄청난 규모야. 일본 시장 진입 초기라 내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서진아."

서진이 입을 닫았다.

윤재는 서진이 말을 잇는 방식을 보고 있었다—그 빠름이, 멈추지 않으려는 그 속도가. 마치 멈추는 순간 자신이 뭔가를 마주쳐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나한테 같이 가자고 하는 거야?"

"아직은 그 단계까지—"

"그러면 지금 뭘 물어보는 거야?"

서진이 대답하지 못했다. 윤재는 그 침묵 속에서 뭔가를 읽었다—서진도 아직 그 질문의 정확한 답을 모른다는 것. 그리고 그걸 모르면서도 말을 꺼냈다는 것. 말로 먼저 던져놓으면 그 다음이 어떻게든 생겨날 거라고 믿는 사람의 방식.

윤재는 그 방식을 좋아했다. 처음에는.

지금은 그 방식이 서진에게만 작동하는 언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살고 싶어?"

서진이 고개를 들었다.

윤재가 묻고 있었다. 처음 보는 각도로.

"뭐?"

"서진은. 어떻게 살고 싶어." 윤재가 반복했다. 느리게, 또박또박. 물음표 없이. "도쿄가 가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 일이 하고 싶은 거야. 아니면 아버지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야. 아니면—" 짧은 정지. 정지가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아서 더 날카로웠다. "그냥 다음이 보이는 게 좋은 거야."

그건 질문이었지만, 동시에 질문이 아니었다. 서진의 표정이 뭔가 건드려진 것처럼—건드려졌는데 어디인지 찾지 못하는 것처럼—미세하게 바뀌었다.

"그거 왜 물어봐."

"몰라서."

"나 모르는 거 많지 않잖아, 너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몰라."

서진이 윤재를 봤다. 오래. 윤재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건 서진이 더 잘했다—눈으로 먼저 웃어버리는 방식으로.

"윤재 너는." 서진이 말했다. 조심스럽게. 젓가락 끝으로 건드리듯. "어떻게 살고 싶어?"

"나?"

"응."

윤재의 입술이 한 번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열리고 닫히는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았다—말이 있었다가 사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말이 없었던 것처럼.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저녁 뭐 먹을까."

서진이 그 등을 봤다.

"윤재야."

"된장찌개 할까. 두부 있어."

"지금 피하는 거야?"

"아니."

"그럼 대답해."

냉장고 문이 닫혔다. 윤재가 돌아섰다. 두부를 손에 들고 있었다—그리고 서진을 봤는데. 그 눈이 딱히 감정을 숨기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으면서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꽉 쥔 주먹처럼 조용한 얼굴이었다.

"나는 지금이 좋아."

"지금."

"응. 지금. 이 집. 이 식탁. 저녁에 밥 짓고 너 들어오는 거." 윤재가 말했다. 담담하게. 그 담담함이 무기인지 방어인지 알 수 없게. "그게 좋아."

"그게 전부야?"

"그게 전부면 안 돼?"

질문과 질문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소리가 없어서 더 크게 들리는 충돌이었다. 서진이 먼저 시선을 내렸다. 윤재는 두부를 식탁에 내려놓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도마를 꺼내는 소리가 났다. 칼이 두부를 자르는 소리가 났다. 일정하고, 차분하고, 아무 감정도 없는 소리처럼 들렸다—그래서 서진은 그 소리가 오히려 무서웠다. 화가 난 목소리보다. 부드럽고 정확하게 내려오는 칼날이.

밥이 다 됐을 때 두 사람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앉아서 먹었다.

서진이 국을 한 숟가락 뜨고, 윤재가 반찬 그릇을 서진 쪽으로 밀었다. 서진이 "맛있다"고 했고, 윤재가 "어"라고 했다.

"내일 현장 가야 해?" 윤재가 물었다.

"응. 오전에. 오후엔 사무실."

"늦어?"

"모르겠어. 연락할게."

그 대화가—무서울 만큼 정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구사하는지. 그 유창함이 오히려 한 시간 전 식탁을 지워버리는 것 같아서. 윤재는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서 그 생각을 했다—우리는 이것도 잘하는구나. 없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도.

🌈

서진이 수저를 내려놓고 윤재를 봤다.

"윤재야."

"응."

"화났어?"

윤재가 그 질문을 씹는 데 한 박자 걸렸다. "아니."

"진짜로?"

"진짜로."

"근데 왜."

"왜 뭐가."

"왜 뭔가 이상해."

윤재가 고개를 들었다. 서진과 눈이 마주쳤다. 서진의 눈이 그 순간 윤재를 너무 똑바로 보고 있어서—윤재는 한 박자 숨을 참았다. 서진은 이럴 때가 있었다.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정확해지는 순간이. 그 순간이 항상 윤재의 허를 찔렀다. 어디에서 오는지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이상하지 않아." 윤재가 말했다. "밥 다 먹어."

"한윤재."

성을 붙여 부를 때. 서진이 그러면 진지하다는 뜻이었다. 윤재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

"나는 너랑 싸우는 게 아니야."

"알아."

"아직 아무것도 결정한 거 없어."

"알아."

"근데 왜 너는."

서진이 말을 자르듯 멈췄다. 왜 너는—의 뒤에 뭐가 오려고 했는지, 정확히 찾지 못한 것처럼. 윤재는 그 공백 안에서 자신이 뭘 기다리고 있는지 잠깐 생각했다. 싸워줬으면 하는 건 아닌데. 안타까워해줬으면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대체.

무릎 위에서 윤재의 손이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서진아." 윤재가 말했다. 낮게. 낮아서 오히려 또렷하게. "나는 지금 괜찮아."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윤재는 그 말이 얼마나 오래된 말인지 알았다. 얼마나 많이 쓴 말인지. 마치 닳아서 글씨가 지워진 동전처럼—형태는 있는데 무엇인지 읽히지 않는.

서진이 윤재를 봤다. 오래, 조용히. 그리고 말했다.

"그거, 나는 믿어." 짧은 정지. "근데 무섭다."

"뭐가."

"네가 괜찮다고 할 때마다." 서진이 말했다. 천천히. 마치 그 말을 그 순간 처음 생각해낸 것처럼. "나는 뭘 놓친 것 같아서."

그 말이—윤재의 어딘가를 건드렸다.

어디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가슴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깊었고, 배라고 부르기엔 너무 위였다. 그냥—뭔가 건드려졌다는 감각이 생겼다가, 윤재는 그것을 아주 조심스럽게 감지하지 못한 척했다.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진의 그릇을 가져갔다.

"설거지할게."

"내가 할게."

"됐어."

"윤재."

"됐다고."

물소리가 시작됐다. 서진은 한동안 그 등을 보다가, 천천히 소파로 가서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켜지지 않은 TV 화면에 창밖 가로등 불빛만 희미하게 번졌다.

🌈

밤 열 시쯤 됐을 때 서진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윤재는 노트북 앞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타임라인을 손보고 있었다—화면이 그의 얼굴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서진이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털면서 윤재 뒤에 서도 윤재는 몰랐다.

서진이 윤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윤재의 몸이 굳었다. 정확히 1초. 헤드셋을 벗고 돌아봤다.

서진이 서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샴푸 냄새와 비누 냄새가 섞인 따뜻한 냄새가 났다—방금 샤워한 사람의, 피부가 아직 열을 품고 있는 냄새가.

"놀랐어?"

"어."

서진이 화면을 들여다봤다. "뭐 편집해?"

"다큐. 납기 다음 주야."

"힘들겠다."

"괜찮아."

거기서 두 사람이 동시에 그 말을 알아봤다—아마도. 서진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윤재는 헤드셋을 다시 들었다가, 내려놨다.

서진이 윤재 옆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의자 옆,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팔꿈치를 그 위에 얹고, 윤재의 옆얼굴을 올려다봤다. 화면 빛이 서진의 얼굴 반쪽만 하얗게 물들이고 나머지는 그늘 속에 있었다.

"뭐야." 윤재가 말했다.

"그냥."

"일해야 해."

"알아. 방해 안 해."

"그 자세가 방해야."

"눈에 안 띄게 있을게."

윤재가 그를 내려다봤다. 서진은 진짜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냥 앉아서, 윤재의 옆에. 무릎을 세우고, 젖은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도 않은 채로, 윤재를 조용히 올려다보면서.

🌈

그 표정이—뭔가 달랐다. 서진이 평소에 윤재를 볼 때와. 지금은 뭔가를 고르고 있는 얼굴이었다. 말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윤재가 시선을 화면으로 돌리려다 멈췄다.

서진이 이렇게 바닥에 앉는 사람이 아니었다. 선택지가 있으면 항상 의자를 골랐다. 더 높은 자리를, 더 편한 자리를. 그게 나쁜 게 아니라—그냥 서진이라는 사람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바닥에 있었다. 윤재보다 낮은 자리에.

"서진아."

"응."

"무릎 아파."

"안 아파."

"거짓말."

"진짜 안 아파." 서진이 말했다. 그리고 잠깐 뜸을 들이다가—말이 늦게 나왔다. 고른 것처럼. "자꾸 뭘 놓치는 것 같아. 너한테서. 무슨 말을 해야 할 때 나는 엉뚱한 말만 하고."

윤재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서진이 자기 버릇대로 정정하려다가, 멈췄다. 정정이 안 됐다. 그냥 그 말이 맞았으니까. "나는 잘 모르겠어. 네가 원하는 게."

"나도 몰라."

솔직한 말이 아무 방비 없이 나왔다. 윤재 자신도 놀란 것처럼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다시 말했다. 뱉은 거니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냥. 모르겠어. 뭘 원하는지."

그 말이 공기 속으로 퍼지는 방식이—씻겨 내려가지 않고 가라앉는 것 같았다. 두꺼운 것들처럼.

서진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윤재의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은 채로 고개를 숙여 눈 높이를 맞췄다. 두 사람의 거리가—갑자기 가까웠다.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모든 것들—식탁, 공기, 침묵—이 한순간 사라진 것처럼. 서진의 얼굴이 윤재의 눈 앞에 있었다. 샴푸 냄새가 선명하게 왔다. 윤재의 심장이 한 박자 이상하게 뛰었다—이상한 방향으로.

"그럼 지금 뭐가 좋아?"

낮은 목소리였다. 그 낮음이 공기를 얇게 가르는 것 같았다.

"지금."

"응. 지금 이 순간."

윤재의 시선이 서진의 눈에서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입술이 열렸다—뭔가를 말하려고. 그리고 그 찰나에.

윤재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등받이에 얹혀 있던 서진의 손목을 잡았다. 아주 잠깐—손가락이 서진의 맥박 자리를 가볍게 짚는 것처럼. 맥박이 거기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살아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서진의 숨이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윤재도 멈췄다.

두 사람이 같은 정지 안에 있었다. 서진의 손목에서 맥박이 뛰고 있었다—윤재의 손가락이 그것을 정확히 느꼈다. 빠르게. 자신의 것만큼이나.

윤재가 손을 놓았다.

"일해야 해."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았다. 그걸 윤재 자신이 알았다. 모른 척했다.

서진이 몸을 일으켰다. 윤재는 화면을 다시 봤다. 타임라인이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헤드셋을 낄 타이밍을 놓친 채로,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로.

서진이 침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소리 없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 조심스러움이 오히려—아무렇지 않게 닫히는 것보다 더 무거웠다.

윤재는 멈춰 있는 타임라인을 봤다. 아랫입술 안쪽을 씹었다.

손바닥에 서진의 맥박 온도가 아직 있었다.

자정이 지났을 때 윤재가 작업을 마치고 침실 문을 열었다.

어두웠다. 서진이 누워 있었다—등을 보이고, 잠든 것처럼.

윤재는 불을 켜지 않고 들어가서 자기 쪽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서진의 숨소리가 들렸다. 일정하지 않았다. 잠들지 않은 사람의 호흡이었다—의도적으로 일정하게 만들려고 하는, 그래서 더 어색한.

잠든 척하고 있었다.

윤재도 알고 있었고, 서진도 윤재가 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나란히 누워서.

서진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윤재 쪽으로. 윤재는 여전히 천장을 봤다. 서진의 시선이 자신의 옆얼굴 위에 얹히는 것이 느껴졌다—눈으로가 아니라, 피부로.

"윤재야."

"응."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금 말 안 해도 돼."

윤재가 천장을 보면서 말했다. "알아."

"근데."

"근데?"

"언젠간 말해줘."

그 요청이—너무 조용하게 도착했다. 조용해서 오히려 피할 수가 없었다. 요구가 아니었다. 협박도 아니었다. 그냥—기다리겠다는 말이었다. 그게 더 무거웠다. 기다리겠다는 말은 항상 기다리는 사람의 무게를 받는 사람에게 전가했다.

윤재는 잠시 있다가 서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서진의 눈이 열려 있었다.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 보였다.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온 가로등 빛이 그 눈에 아주 가늘게 걸려 있었다.

윤재가 손을 들었다. 서진의 이마에 걸린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밀었다. 아주 가볍게—자고 있는 사람을 건드리듯.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서진의 눈이 그 접촉에 잠깐 감겼다 떴다.

"자." 윤재가 말했다.

서진이 눈을 감았다.

윤재는 다시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이 이불 위에 내려왔다—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로.

언젠간 말해줘.

그 말을 씹었다. 천천히. 질겨서 잘 씹히지 않는 것처럼.

어떻게 살고 싶은지—그걸 한 번도 제대로 물어본 적이 없었다, 자신에게. 아니, 물어봤는데 대답이 안 됐던 건지. 아니면 대답을 알고 있는데 꺼내기가 무서운 건지. 아니면—대답을 꺼내는 순간 지금 이 집이, 이 식탁이, 저녁에 밥 짓는 일이 전부 달라 보일 것 같아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 말이 목구멍 어딘가에 있었다. 아까부터. 오늘 저녁에도 했고, 삼 년 동안도 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그 말을 삼키는 데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었다.

서진의 맥박이 손가락 끝에 아직 남아 있었다. 잡았던 자리에서. 빠르게 뛰던 그것이.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로등 빛이 천장에 가늘게 누워 있었다. 서진의 숨소리가 이번엔 진짜 일정해졌다—잠들었다. 윤재는 그 숨소리를 들으면서, 자신의 손바닥을 봤다.

아직 온도가 있었다.

서진의 맥박 자리에서.

그리고 그 순간—윤재의 휴대폰 화면이 잠깐 켜졌다가 꺼졌다.

🌈

화면이 꺼졌다.

윤재만 봤다. 이번에도.

그는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서진 쪽을 보지 않았다. 그냥—그 어둠 속에서, 손바닥에 남은 온도를 가만히 쥐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번 더 말하려고 했다.

말이 되지 않았다.

되지 않은 채로—잠이 오지 않는 눈을 감지 않은 채로—윤재는 그냥 누워 있었다. 서진의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충분하다는 말이 충분하지 않아지는 순간이 언제부터였는지, 그것조차 알 수 없는 채로.

심장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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