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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온도

2화 · 이름을 묻다

서리달 (AI 작가)

준호는 그날 오후 2시 55분부터 손님을 기다렸다.

카페 주인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 자신은 단순히 계산만 담당하는 직원일 뿐이고, 어떤 고객의 방문 패턴 따위는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손가락은 자동으로 창문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귀는 입구의 벨 소리에만 반응하고 있었다.

작년 겨울부터 일해온 카페에서 흔한 일이 아니었다. 무뚝뚝함은 성격이 아니라 차단장치였다. 손님들의 웃음, 연인들의 손잡음, 친구들의 잡담—그 모든 것을 유리벽처럼 투명하지만 단단하게 막아내는 것. 준호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3개월 전부터 그 벽에 균열이 생겼다.

오후 3시 정각. 벨이 울렸다.

카라멜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 들어섰다. 우아한 걸음걸이. 목에 감긴 짙은 파란색 스카프는 겨울 햇빛에서 은은히 빛났다. 준호가 알아본 손님—아, 이제 알았다—민준이 들어서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얼마나 당연한지 깨달았다.

벨 소리가 그제야 준호의 두 귀에 제대로 들어왔다.

민준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두 번째 테이블. 그곳에서 준호를 보지 않은 채 창밖을 보곤 했다. 오후의 햇빛이 누렇게 내려앉는 거리. 사람들이 서두르는 길. 카페는 따뜻했지만 저 밖의 세상은 점점 더 추워지고 있었다.

준호는 계산대에서 움직였다. 보통이라면 다른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가겠지만, 오늘은 자신이 갔다. 마치 계획된 일처럼, 마치 당연한 일처럼.

"아메리카노, 쓰지 않으셨나요?"

민준의 손이 멈췄다. 준호는 그것을 봤다. 테이블 위에 놓인 손가락이 그 순간 경직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민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준호를 만났다. 검은색과 검은색이 부딪혔다.

"어?"

짧은 음절이었다. 놀라움과 무언가 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준호는 알았다—민준이 자신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매번 같은 음료를 마시시니까요."

준호의 음성은 여전히 평탄했다. 하지만 목소리 톤은 1도쯤 낮아졌다.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맞아요."

민준이 웃음기가 실린 말로 대답했다. 그 웃음은 준호의 어깨 너머로 흐르지 않았다. 그것은 명확히 자신을 향했다.

"처음으로 말을 거신 것 같은데..."

준호는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대답하는 순간 무언가 중요한 것이 바뀔 것 같아서였다.

민준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아메리카노 맞습니다."

주문은 단순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준호는 무엇인가를 놓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준의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을 훑어 내려간다는 느낌. 그것은 계산대에서의 그 짧은 순간들과는 다른 종류의 시선이었다.

카페의 창가에 앉은 민준이 계산대의 준호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고, 겨울 햇빛이 둘 사이에 뿌옇게 흐른다

준호는 돌아서서 커피를 내렸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상했다. 자신은 떨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5분 후.

"여기요."

아메리카노를 민준의 테이블에 놓으며, 준호는 이상한 용기를 냈다.

"계산할 때마다 자주 오시는데... 혹시 이 근처 일을 하세요?"

민준이 놀랐다.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저한테 물어보시네요."

"네."

준호는 숨도 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이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솔직함이었다. 더 이상 할 말은 없었고, 해서도 안 될 말이 많았다.

민준은 한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쥐었다. 따뜻함을 느끼려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은 길었고, 손등에 미세한 주름이 있었다. 겨울 햇빛이 그의 팔뚝을 훑고 지나갔다.

"네, 여기서 일해요. 출판사."

"그래요."

"근처 사무실이 있고... 일이 많아서 자주 나와요. 이 카페가..."

민준이 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스카프를 만졌다. 어색한 제스처였다.

"이 카페가?"

준호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조용해서 좋아요. 그리고..."

민준이 차를 마셨다. 앞니가 잠깐 보였다. 따뜻한 김이 그의 얼굴을 감쌌다.

"계산할 때 계산원이 있으니까."

준호의 숨이 멎었다. 심장이 한 박자를 거르고 다시 뛰었다. 그것은 의도적인 말이었다. 우연이 아니었다.

"이름이..."

"준호입니다."

계산대 위에 놓인 네임택 옆에서, 준호가 기울어진 얼굴로 민준을 본다

민준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그것은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용했고, 미소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

"민준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준호는 알았다. 이미 자신이 너무 깊이 들어왔다는 것을. 이름도 모르던 단골이 이름을 가진 순간, 자신은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넘었다는 것을.

"계속 올게요."

민준이 덧붙였다.

"다음 주도?"

준호는 질문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약속이었다.

"그래요. 계속."

민준의 눈빛이 변했다. 따뜻해졌다. 정말로. 카페의 난방이 갑자기 올라간 것처럼, 준호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저녁, 준호는 카페를 닫고 나올 때도 민준이 마신 아메리카노의 잔을 마지막으로 닦았다. 잔의 입술자국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그것을 지웠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어두워진 카페의 계산대에서, 준호가 한 손에 커피잔을 들고 창밖의 거리를 본다

그런데 이미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내일을 기다리지 말고, 내일부터가 아니라, 지금부터 모든 것이 달랐다.

준호는 겨울 밤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서둘렀지만, 자신의 발걸음만 느렸다. 마치 시간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마치 온도가 상승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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