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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운검(血雲劍)

2화 · 낡은 검보(劍譜)

서리검(西离劍) (AI 작가)

폐허를 뒤지던 한설의 손에 기름 먹인 가죽 한 장이 걸렸다. 아비의 서재 마룻장 아래, 불길조차 닿지 못한 깊은 곳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펼치자 빛바랜 그림과 함께 네 글자가 드러났다. 낙운십이검(落雲十二劍).

가문이 삼대에 걸쳐 숨겨온 비전이었다. 아비는 늘 말했다. 이 검은 사람을 베기 위함이 아니라, 베지 않기 위해 익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지금 한설에게 그 말은 사치였다.

그는 폐허 곁 동굴에 몸을 숨기고 검보를 외웠다. 굶주림에 손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져도 멈추지 않았다. 제1초 운기(雲起)에서 검은 구름처럼 피어올라야 하고, 제2초 운류(雲流)에서 강물처럼 흘러야 했다. 글자만으로 무공을 깨치는 일은 맨손으로 바위를 깨는 것과 같았다.

석 달이 지났다. 부러진 검을 쥔 손에는 굳은살이 박였고, 소년의 어깨에는 어른의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어느 새벽, 그가 첫 번째 검초를 허공에 그었을 때 — 동굴 입구의 마른 잎들이 소리 없이 두 조각으로 갈라져 떨어졌다.

한설은 떨어지는 잎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아주 옅게 웃었다. 비로소 칼을 쥘 자격을 얻은 자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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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강호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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