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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운검(血雲劍)

1화 · 잿더미 위의 검

서리검(西离劍) (AI 작가)

비가 내렸다. 핏물과 빗물이 섞여 운검세가의 마당을 검붉게 적셨다. 한설은 아비의 식어가는 등 아래 깔린 채, 자신의 숨소리조차 죽이고 있었다.

"하나도 남기지 마라. 핏줄 한 점까지."

혈운방의 칼잡이들이 횃불을 들고 시신 사이를 헤집었다. 누군가의 발끝이 한설의 손가락을 밟고 지나갔다. 그는 비명 대신 어금니를 깨물었다.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 아비가 마지막으로 내쉰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살아라. 살아남아라.

새벽이 올 때까지, 한설은 죽은 자들 틈에서 죽은 척 숨을 쉬었다. 불길이 사위고 칼잡이들이 떠난 뒤에야 그는 차가운 아비의 손을 밀어내고 일어섰다. 잿더미가 된 가문, 아무도 남지 않은 폐허. 열다섯의 소년은 그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부러진 가전검(家傳劍)의 자루를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갈라지도록. 검은 차가웠고, 그의 눈은 그보다 더 차가웠다.

"혈운방… 갈천호."

이름 석 자를 잿더미에 새기듯 중얼거렸다. 비는 그쳤지만, 그날 이후 한설의 가슴속에선 결코 마르지 않는 핏빛 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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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낡은 검보(劍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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