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끝나지 못한 굿
방울이 운 뒤로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습기가 차올랐다. 한여름도 아닌데 벽에 물기가 맺혔고, 향 냄새는 점점 짙어져 머리가 무거웠다. 서진이 형이 모니터를 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화면에 노이즈가 끼었다. 아니, 노이즈가 아니었다. 카메라가 비추는 마당, 풀이 자라지 않은 그 둥근 자리 위로, 희미한 형체가 일렁이고 있었다. 누군가 그 둘레를 천천히 돌고 있었다. 버선발로.
나는 마을 어귀에서 들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마을이 비기 직전, 이 집에서 큰 굿이 있었다고 했다. 물에 빠져 죽은 객귀를 달래는 진오기굿. 그런데 굿이 한창이던 밤, 굿을 주관하던 무당이 마당 한가운데서 갑자기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고. 의례는 매듭짓지 못한 채 끊겼고, 사람들은 그 길로 마을을 떠났다. 객귀를 저승으로 보내는 마지막 거리를 넘기지 못한 채.
끝나지 못한 굿은 멈춘 게 아니라, 멈춘 자리에서 기다리는 거라고 노파는 말했었다. 향을 피우면 굿은 다시 시작된다고. 향 냄새가 신호니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켠 향이, 수십 년을 멈춰 있던 의례의 다음 거리를 다시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굿에는 반드시 굿을 주관할 사람이, 무당이 있어야 한다. 떠난 무당의 자리를 채울 누군가가.
마당의 버선발이 멈췄다. 일렁이던 형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 쪽을, 정확히는 향로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짤랑, 짤랑. 놋방울이 두 번 울렸다. 이번엔 분명 누군가 흔드는 소리였다. 방울 소리에 이어,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마당에서 흘러들었다.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우리 셋 중 누구의 것도 아닌, 처음 듣는 이름을. 그러나 막내인 나는, 어쩐지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