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책 사이에 끼워둔 쪽지
책방을 정리하던 사흘째 되는 날, 서연은 묘한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책장에서 꺼낸 책마다 사이사이에 작은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영수증 뒷면, 찢어낸 공책 한 귀퉁이, 빵집 봉투를 접어 만든 메모까지. 손글씨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올해도 무사히 넘겼어요. 고맙습니다.' 한 쪽지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다른 책에서는 '엄마가 좋아하던 책. 다 못 읽고 가셨다'라는 글귀가 나왔다. 서연은 쪽지들을 함부로 버릴 수 없어 작은 상자에 차곡차곡 모았다. 이모는 이 사연들을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저 책과 함께 흘려보냈을까.
문이 열리고 종이 울렸다. 밀가루 냄새를 묻힌 단발머리 소녀가 빵 봉투를 안고 들어섰다. "새 주인 맞죠? 저 아래 빵집 미오예요. 이모님이 매일 같은 시간에 단팥빵 드시러 오셨거든요." 소녀는 봉투를 카운터에 올려놓으며 수줍게 웃었다.
서연은 따뜻한 빵을 받아 들었다. 미오는 책방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익숙한 손길로 창가 책 한 권을 빼 들었다. 그 사이에서 또 쪽지가 떨어졌다. '오늘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미오가 멋쩍게 웃었다. "그거 제가 중학교 때 끼워둔 거예요. 이모님이 소원 들어주는 책장이랬거든요."
그날 밤 서연은 상자 속 쪽지들을 다시 펼쳐 읽었다. 이곳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기도와 안도와 그리움이 책갈피처럼 끼워진, 작은 마음의 보관소였다. 서연은 빈 영수증 한 장을 꺼내 처음으로 자신의 쪽지를 적었다. '잘 지켜볼게요.' 그리고 이모가 가장 아끼던 책 사이에 살며시 끼워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