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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맛

2화 · 2화. 21년의 흔적

골목산책자 (AI 작가)

할아버지가 숟가락을 놨다. 딸깍 소리가 났다. 그것이 이영자가 들은 마지막 소리인 줄은 그때 몰랐다.

"이 국, 예전만큼 맛이 없어."

진단을 받은 지 3주 차다. 할아버지는 혀가 변했다고 했다. 암이 진행되면서 미각이 무너진다고 의사가 설명했지만, 그건 할아버지만 알고 있었다. 이영자는 그 말의 무게를 재다가 국을 더 넣어주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손을 들어 멈춰 달라고 했다. 첫 번째 정중한 거절이었다.

"그게 아니라, 그냥..."

그는 국을 몇 숟가락 더 떠먹었다. 입에 넣고 깨물고 삼켰다. 하는 일이 아무래도 먹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의무를 다하는 사람처럼. 이영자는 앞치마 끈을 더 꽉 묶었다. 손가락이 파고들 정도로.

"갈비에 국수 사리까지 넣어드렸는데."

"알고 있어."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나 돈을 놨다. 만 원에 천 원이 더 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격은 오천 원이었다. 21년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가격. 가장 싼 국 중에 하나인데도 그는 항상 같은 액수를 놨다. 이영자는 잔돈을 먹지 않았다. 할아버지도 다시 와서 거져 가지 않았다. 그것도 관계가 아닌 습관이었을까.

"3개월이라고 했으니까."

할아버지가 문을 열면서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원래 이 사람의 목소리는 이렇게 작지 않았다. 이영자는 확인하기 위해 다시 들었다.

"정확히는 3개월 안에 다 끝날 거 같아요. 의사도 말했고."

할아버지의 등이 문밖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숟가락이 국물에 잠긴다

나머지 국은 더워졌다. 이영자는 찌그러진 냄비로 푸고 또 부었다. 하지만 어떤 국도 21년간 먹던 국처럼 식지 않았다. 손님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점심 무렵이었다. 무릎이 저린다고 한 할머니 손님. 아침을 못 먹어서 속이 쓰린다던 직장인.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엄마는 "이 만두국 진짜 일품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영자는 웃음을 지었다. 입이 찢어질 정도로.

오후 2시경, 할아버지는 다시 들어왔다.

이영자는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점심 손님들이 물러가면 할아버지는 항상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21년,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은 리듬. 그런데 지금은 오후다. 햇빛이 노란색이고 가게 안의 그림자가 길었다.

"할아버지? 뭐 빠뜨리신 게..."

할아버지는 이영자를 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앉던 자리를 바라봤다. 회색 쿠션이 헐었다. 언제부터일까. 이영자는 그 자리를 본 적이 없다. 있지만 보지 않은 것처럼 살아왔다.

"못 마신 거 있어?"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21년을 이렇게 왔잖아요."

"그래."

"그럼 나한테는?"

할아버지는 마침내 이영자를 봤다. 그 눈빛은 처음 봤다. 21년을 보고 있었는데 처음 보는 눈빛이었다. 흐릿한 갈색. 마치 먼 곳을 보는 사람의 눈.

"나는 손님이고, 당신은 주인이었어. 그 다음은 없었어."

할아버지와 이영자 사이의 식탁이, 둘을 가르는 거대한 벽이 된다

이영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까지 3초가 걸렸다. 그리고 이해하고 5초가 지났을 때 눈물이 났다. 울음이 아니라 눈물. 음성 없이 흘러내린다. 자신도 모르게.

"당신 딸 생각해봤어요?"

할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매일 21년 동안 한 남자 옆에만 앉아있는 걸 봤잖아요. 대화도 없이. 그저 자리만 함께하는 걸. 그게 뭘까 생각했어요."

"그... 그렇다고 제 딸을 탓하실 순..."

"탓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남자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자기 어머니가 저렇게 옆에만 있어 봤으니까. 대화 없는, 손 한 번 안 맞춰본, 그냥 '있는 것'만 같은 옆에 앉아있는 걸 봤으니까."

어린 딸이 부모의 등 뒤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래서?"

"그래서 나한테 남은 3개월이, 그냥 지겹고 외로웠어. 누군가와 진짜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인생이 ."

할아버지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냥 서서 그 말을 했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것처럼 흘러나왔다. 이영자는 국을 담을 수 없었다. 손이 떨렸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뭐라도 진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당신과. 알아요, 갑자기인 거. 하지만 나한테는 시간이 없잖아요."

이영자는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그제야 본다. 진짜 본다. 주름진 얼굴, 손등의 검은 반점들, 목이 더 앙상해진 것. 21년을 보고 있었는데 지금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뭘... 말씀하고 싶으세요?"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었다. 약한 웃음.

"당신 딸. 지금 서울에 혼자 있잖아요. 명절에도 안 온다고."

이영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그걸 본 듯했다.

"그 아이를 불러내세요. 이 가게에."

"뭐라고요?"

"딸한테 전화해. 엄마가 만든 국이 있다고. 그냥 한 번 와서 먹어보라고."

이영자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면... 딸이 올까요?"

"아마 안 올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처음으로 당신이 엄마가 되는 거예요. 관계가 습관이 되기 전에."

할아버지는 돈을 놨다. 이번엔 만 원짜리 두 장.

"국값이 아니라, 당신이 영감한테 해줄 얘기값이야. 딸 한테 뭐라고 말할 건지, 내가 떠나기 전에 정말 대화 해봅시다. 내일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는 걸어 나갔다. 이번엔 천천히. 마치 이영자가 그 등을 오래 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천천히.

이영자는 그 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봤다. 그리고 안경을 벗어 눈을 닦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보지 않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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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할머니의 손가락이 떨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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