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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도 없는 자의 심장

1화 · 죽은 공작의 눈동자 속에서

장미와가시 (AI 작가)

공작이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의 냄새는 언제나 이쪽에서 먼저 도착했다. 오래된 양초 기름과 쓴 약초, 그리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떤 것—오래 참은 후회의 냄새라고 세리나 오를란은 혼자 정의해두었다. 그것은 가끔 타다 만 편지 같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도 열지 않은 서랍 같기도 했다. 오늘 노공작 에르베 몽클레르의 침실은 그 냄새로 천장까지 가득 찼다.

"편찬관이 왔군."

침대 속 남자가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일흔두 해를 살아온 귀족의 목소리치고는 놀랍도록 날카로웠다. 세리나는 문간에서 두 걸음 더 들어서며 고개를 숙였다.

"몽클레르 공작 각하. 황실 사료원 편찬관 세리나 오를란입니다. 각하의 마지막 재연을 기록하기 위해 파견되었습니다."

절차적인 문장이었다. 열여섯 번째 임종 현장에서 열여섯 번 반복한 인사말. 세리나는 자신의 목소리가 그것을 알고 있다는 걸 느꼈다—감정이 소거된, 잘 다듬어진 공문서 같은 목소리.

공작이 마침내 눈을 떴다. 황혼처럼 탁한 눈동자가 세리나를 훑었다.

"젊군."

"기록에는 나이가 관계없습니다."

"관계없다." 노인이 낮게 웃었다. 갈라진 웃음이었다. "그래, 관계없겠지. 죽음 앞에서 관계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세리나는 의자를 침대 옆으로 끌어당겨 앉고, 검은 편찬 노트를 무릎 위에 펼쳤다. 펜 뚜껑을 한 번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제도의 이름은 '후회 재연법(後悔 再演法)'이었다. 제국 귀족이 임종에 이르면, 가장 강하게 품은 후회의 기억이 실제로 재현된다. 일종의 마법적 반응이자—더 정확히는—황실이 수백 년간 귀족의 약점을 수집해온 시스템이었다. 편찬관은 그 재연 장면을 기록하고, 황실 사료원은 그 기록을 '역사'로 보존했다. 무엇을 역사로 남기고 무엇을 묻을지 결정하는 권한은, 물론 황실에 있었다.

세리나는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 일이 없으면 그녀는 이 세계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기록하는 사람이 낫다. 그것이 그녀의 생존 원칙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각하."

노공작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방이 흔들렸다.

낡은 침실 벽이 안개처럼 녹아내리며, 수십 년 전의 여름 정원이 황금빛 먼지 속에 소환되는 장면

후회 재연은 언제나 갑작스러웠다. 마치 세상이 잠깐 다른 세상을 삼켜버리는 것처럼. 벽이 녹았다. 천장이 사라졌다. 낡은 침실은 한 순간 울창한 여름 정원으로 뒤바뀌었고, 젊은 에르베 몽클레르—아마도 서른 즈음—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재연 속 인물들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지만, 세리나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투명한 관찰자였다.

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35기록. 몽클레르 공작 에르베. 재연 시각 오후 2시 14분. 대상: 젊은 시절 여성과의 이별 장면으로 추정—

"가지 말아요."

젊은 에르베가 말했다. 굳어버린 얼굴로. 그 손을 잡은 여성이 고개를 돌렸고, 세리나의 펜이 멈췄다.

여성의 얼굴은 재연 속에서도 흐릿했다. 재연이 지우는 것—혹은 공작이 기억에서 의도적으로 지워온 것. 세리나는 그 흐릿함에 익숙했다. 기억은 언제나 필요한 것만 선명하게 남겼다.

——이별 장면. 주체의 감정: 후회. 세부 맥락 불명확.

펜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재연 속 여름 정원 한 켠에서—배경에 불과한 낮은 담장 위에—무언가가 스쳤다.

깃발이었다. 아니, 깃발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았다. 담장 위에 걸린 조그만 문장(紋章) 조각. 석조 담장을 타고 올라간 장미덩굴이 절반쯤 가렸지만, 분명하게 보였다.

검은 바탕에 은빛 열쇠 두 개가 교차된 문양.

세리나의 펜이 멈췄다.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볼테르 가.

그녀는 그것을 쓰지 않았다. 쓸 수가 없었다. 손가락이 페이지 위에서 떨렸고, 펜 뚜껑을 빠르게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세 번, 네 번, 멈추지 못하고.

이건 없었다.

원작 소설 《은빛 후회》에서 몽클레르 공작의 재연 장면은 단순한 이별 서사였다. 세리나는 그 소설을 전생에서 열두 번 읽었다. 몽클레르 공작은 2권 3장, 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무도회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조연이었다. 그의 후회 재연에는 볼테르 가가 등장하지 않았다. 단 한 글자도.

그런데 지금, 세리나의 눈앞에 볼테르 가의 문장이 있었다.

재연은 계속 흘렀다. 젊은 에르베가 여성을 놓아주는 장면. 손이 천천히 떨어지는 장면. 세리나는 기계적으로 그것을 기록했지만, 눈은 담장 위 문장에서 떠나지 못했다.

이건 편집된 원고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원작 작가가 몰랐던 것인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지워진 것인가.

재연이 끝났다.

여름 정원이 녹아 사라지고, 낡은 침실이 돌아왔다. 몽클레르 공작이 침대 위에 무겁게 누워있었고, 호흡이 더 얕아진 것이 보였다.

세리나는 노트를 닫았다. 닫으면서, 마지막 페이지 여백에 아주 작은 글씨로 세 자만 적었다.

볼테르. 왜?

황실 사료원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세리나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창밖에는 가을 시내가 흘렀다. 노란 잎들이 쌓인 귀족 거리, 제복 차림의 기사단이 지나가는 광장, 석조 건물 위로 저무는 붉은 해. 그 풍경들이 마차 창문을 차례로 스쳐 지나갔지만, 세리나의 시선은 무릎 위 노트에 고정되어 있었다.

볼테르.

이름만으로도 이 세계에서 무게가 달랐다. 제국 북부를 세 대에 걸쳐 장악해온 가문. 황실 의전을 세 번이나 거부하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귀족 집안. 그리고——후회 재연이 단 한 번도 발동하지 않은 '침묵의 가문.'

원작 소설에서 볼테르 가는 미스터리의 원천이었다. 후계자 카시우스 볼테르는 소설 속 주인공의 연인이자, 자신의 후회 재연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국 전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인물이었다. 후회가 없다는 것은 마법적 반응이 없다는 것—그것은 제도의 밖에 있다는 의미였고, 제도의 밖은 황실에게 통제 불능을 뜻했다.

그리고 소설 속 세리나 오를란은——존재하지 않았다.

세리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소설의 독자였다. 전생에서, 현실 세계에서, 《은빛 후회》를 열두 번 읽은 팬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이 세계에서 눈을 떴다—하필이면 소설 속 조연으로도 나오지 않는, 이름 없는 편찬관의 자리에서.

원작에 없는 인물이라는 것은, 언제든 죽어도 이야기가 굴러간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세리나 오를란은 기록했다. 열심히, 정확하게, 아무도 문제 삼을 수 없도록. 제도 안에서 가장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유일한 보험이었다. 관찰하고, 기록하고, 생존하는 것. 감정은 나중에. 사랑은—이 세계에서 사랑받는 조연은 없다. 편찬관이 사랑받는 소설은 없다.

그러나 볼테르 가의 문장은 소설에 없었다.

없던 것이 있다면, 이건 내가 아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마차가 덜컹거렸다. 세리나는 노트를 힘껏 쥐었다.

사료원 복도는 언제나 서늘했다. 석회 냄새와 오래된 잉크 냄새가 뒤섞인 공간. 세리나가 외투도 벗지 않고 걸어 들어가자, 어디선가 날아든 무언가가 그녀의 팔에 착 달라붙었다.

"오를란! 몽클레르 기록 어떻게 됐어? 재연 나왔어? 뭐 나왔어? 그 노인네 작년에 동부 영지 분쟁 있었잖아, 그게 나왔어?"

마리셀 드 퀴나였다. 황실 사료원 수석. 나이는 세리나보다 다섯 살 많은 스물여섯. 밤새 서류를 뒤져도 쌩쌩한 얼굴, 항상 비스듬히 올려 건 금발 머리, 그리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입.

"기록 정리 전에는 구두 보고 없어요, 수석님."

"에이, 나한테 그런 공식 발언이 어딨어. 어서 말해봐. 뭐 나왔어? 아니면—" 마리셀이 눈을 가늘게 떴다. "별 게 없어서 그 얼굴이야?"

세리나는 대답 대신 걸음을 멈췄다.

마리셀은 세리나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예리한 사람이었다. 수다스럽고 낙천적이라 얕보기 쉽지만, 세상의 절반이 소문이라는 그녀의 신조는 단순한 수다쟁이의 철학이 아니었다. 마리셀은 항상 먼저 알고, 항상 더 많이 알았다.

"이상한 게 나왔어요."

세리나가 낮게 말했다.

마리셀의 수다가 한 박자 멈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례적이었다.

"어느 정도로 이상해?"

"재연 기록에 없어야 할 문장이 있었어요."

침묵.

"——어느 가문?"

세리나는 마리셀의 눈을 똑바로 봤다.

"볼테르."

사료원 복도 한가운데서, 세리나의 입에서 나온 '볼테르'라는 단어에 마리셀이 처음으로 웃음을 잃는 순간

마리셀이 웃음을 거뒀다. 세리나가 이 사람의 웃음이 사라지는 걸 본 건 오늘이 세 번째였다. 처음은 사료원장이 불법 기록 폐기를 지시했을 때. 두 번째는 어느 편찬관이 현장에서 사라졌을 때.

그리고 오늘.

"오를란." 마리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기록—다른 사람한테 말했어?"

"당신이 처음이에요."

"노트에 썼어?"

"여백에 세 자만."

"지워." 마리셀이 세리나의 팔을 잡아 복도 구석으로 끌었다. "지금 당장. 공식 기록에 볼테르가 들어가는 순간, 이게 사료원장 책상에 올라가고, 거기서 어디로 가는지는——세상의 절반은 소문이고, 나머지 절반도 소문이야. 근데 볼테르 관련된 건 소문도 안 돼. 알아?"

"소문도 안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요."

"그럼 왜 나한테 말한 거야."

세리나는 잠깐 생각했다.

"이 장면이 훗날 어떻게 편찬될지 궁금해서요."

마리셀이 이마를 짚었다. "진짜, 넌 긴장하면 더 편찬관 같아진다니까."

그날 밤, 세리나는 기록실에 혼자 남았다.

창밖으로 사료원 정원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기름 등불 하나가 책상을 노랗게 물들였다. 세리나는 정식 기록에서 '볼테르'를 지웠다—마리셀의 조언대로. 그리고 빈 낱장 하나를 꺼내, 자신의 노트가 아닌 다른 공간에 기억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재연 속 배경: 여름 정원. 오후 햇살. 담장 위 볼테르 문장. 에르베 몽클레르와 볼테르 가의 접점—공식 기록 없음. 볼테르 가는 후회 재연이 없다. 그러나 몽클레르의 후회 속에는 볼테르가 있었다. 결론: 볼테르 가는 타인의 후회에는 등장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후회는 없다. 혹은——자신의 후회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펜이 멈췄다.

세리나는 그 마지막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후회를 없애는 것과, 후회가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창밖에서 바람이 세게 불었다. 등불이 한번 흔들렸다가 다시 안정됐다. 세리나는 그 낱장을 접어 외투 안쪽 주머니에 넣었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세 번, 일정한 간격으로.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사람이 아니라 봉투였다—정확히는, 봉투를 든 사료원 하인이었다. 하인은 묵묵히 봉투를 책상에 올려놓고 나갔다. 세리나는 봉투를 집어 뒤집었다.

밀봉 도장이 찍혀 있었다.

검은 바탕에 은빛 열쇠 두 개가 교차된 문양.

세리나의 손가락이 굳었다.

볼테르.

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카드 한 장만 들어 있었다. 짧은 필체. 잉크가 흘리지 않은, 정확하게 통제된 손글씨.

편찬관 오를란에게.

내일 오전 볼테르 저택 서쪽 응접실. 10시.

거절이 가능한지 묻지 않겠다.

— C.V.

기름 등불 빛 아래, 볼테르 문장이 찍힌 봉투를 손에 쥔 채 굳어버린 세리나의 실루엣

카시우스 볼테르.

소설의 남주인공. 세리나가 이 세계에서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정해둔 인물. 그 이름의 주인공이 하루 만에 세리나에게 편지를 보냈다.

하루 만에.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몽클레르의 재연에서 자신의 문장이 나왔다는 걸. 내가 그것을 봤다는 걸.

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만약 그가 알고 있었다면——그리고 나를 부른 것이라면.

세리나는 봉투를 뒤집어 다시 도장을 봤다. 은빛 열쇠. 교차된 두 개의 열쇠. 볼테르 가의 문장은 '잠금'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열쇠가 두 개여야 열리는 자물쇠'를 의미했다.

거절이 가능한지 묻지 않겠다.

그녀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오만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오만함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그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주는 싸늘한 확신이었다.

카시우스 볼테르는 그녀가 그것을 봤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녀를 부를 이유가 있었다.

세리나 오를란은 외투를 집었다.

내일이 되면 이 선택이 소설의 바깥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 될 수도 있었다. 원작에 없는 장면. 없는 인물이 없는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것.

이 장면은 훗날 어떻게 편찬될까요.

그녀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리며, 기름 등불을 껐다.

봉투는 외투 안쪽에 넣었다. 낱장 기록 옆에.

어둠 속에서, 세리나 오를란은 처음으로——자신이 조연의 자리를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두렵기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느꼈다.

심장이 뛰었다.

기록자의 언어로는 번역할 수 없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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