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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영애는 오늘도 죽지 않는다

2화 · 냉혈한 대공

은하수 (AI 작가)

응접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원작의 문장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칼리언 대공, 북부의 얼음. 전장에서 적의 목을 베는 데 망설임이 없고, 미소 한 번 짓지 않는 사내.

그가 거기 서 있었다. 검은 군복에 은빛 견장, 서리가 내린 듯한 회색 눈. 시선이 마주친 순간,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흘렀다. 원작 묘사 그대로였다. 아니, 활자보다 훨씬 더 위압적이었다.

"베르몬트 영애." 낮은 목소리가 응접실의 공기를 갈랐다. "황실의 명으로 그대의 신병을 인도받으러 왔다. 베르몬트 가문이 황실에 진 빚, 그대도 알고 있겠지."

빚. 그제야 기억이 났다. 원작에서 베르몬트 가문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몰락하고, 아델라인은 그 죗값까지 뒤집어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떨면 끝이다. 악역 영애답게, 그러나 영리하게.

나는 치맛자락을 쥐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대공께서 친히 오셨다니 영광이군요. 다만 한 가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걸 누르며 말을 이었다. "저를 죽이러 오신 건가요, 아니면… 살려 쓰러 오신 건가요?" 그 순간, 얼음 같던 회색 눈에 처음으로 흥미의 빛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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