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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에 오른 그날부터

2화 · 빈 곳간

강윤서 (AI 작가)

장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읽는 자가 거짓에 속을 뿐이다.

이현은 밤이 새도록 호조의 장부를 넘겼다. 겉장의 숫자는 그럴듯했으나, 항목을 거슬러 올라가자 비는 곳이 보였다. 환곡으로 잡힌 곡식은 절반이 장부에만 있고, 군포는 받은 자보다 면제받은 자가 많았다. 나라의 곳간은 이미 속이 비어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은."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교과서는 '재정 궁핍'이라는 네 글자로 적었지만, 실제 장부 앞에 서니 그 무게가 달랐다. 네 글자 뒤에는 굶주린 백성과, 그 틈을 파고드는 권신들의 손이 있었다.

날이 밝자 도승지 윤겸이 들었다. 젊고 강직한 눈빛의 사내였다. 이현은 그 눈을 기억했다. 훗날 충신으로 죽는 자. 아직은 그도 새 임금을 가늠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전하, 즉위 의례가 곧입니다. 한데 어찌 호조 장부를…."

"윤겸." 이현은 장부를 덮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곳간이 빈 까닭을, 그대는 아는가."

윤겸의 얼굴이 굳었다. 안다, 그러나 입에 올릴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면서 말하지 못하는 자가 곧 우군이 될 자다. 그리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 자가, 첫 번째 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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