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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에 오른 그날부터

3화 · 영상의 그림자

강윤서 (AI 작가)

즉위 사흘째, 이현은 처음으로 영의정 한세번과 마주 앉았다.

노회한 권신이었다. 백발에 형형한 눈, 말마다 명분이 실려 있었다. 그는 새 임금에게 정중히 머리를 조아렸으나, 그 정중함 자체가 무기였다. 한세번은 삼대에 걸쳐 조정을 쥐어 온 가문의 수장이었다. 빈 곳간의 그림자는 길게도 그에게 닿아 있었다.

"전하, 즉위 초의 정사는 무릇 선왕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 도리이옵니다. 새것을 서두르면 아래가 흔들리는 법이지요."

선왕의 법도를 따르라. 곧 아무것도 바꾸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현은 미소를 지었다. 강사 시절, 시험에 나오던 인물을 직접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었다. 다만 이번엔 답을 채점받는 쪽이 그가 아니었다.

"영상의 말이 옳소." 이현은 부드럽게 받았다. "하여 과인은 선왕의 뜻을 받들어, 환곡의 출납을 다시 살피려 하오. 선왕께서 백성을 아끼셨으니, 그 곡식이 백성에게 갔는지 보는 것이 곧 법도가 아니겠소."

한세번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명분으로 명분을 막은 것이다. 환곡 장부를 다시 여는 순간, 가장 많은 것을 잃을 자가 누구인지 두 사람 다 알았다.

그날 밤, 이현의 처소 앞에서 한 내관이 칼을 품고 잡혔다. 즉위 사흘 만이었다.

다음화 예고
4화 · 첫 번째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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