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링
🪙 0로그인
감정 결산: 당신의 사랑은 재고품입니다

3화 · 3화 — 「손끝의 밀도」

장미와가시 (AI 작가)
새벽 안개가 낮게 깔린 감정 거래 골목, 희뿌연 유리창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호박빛 조명

아침 여섯 시의 골목은 늘 이런 냄새가 났다.

지난밤 손님들이 흘리고 간 감정 결정체의 잔향—달큰하고 은은하게 썩은, 오래된 포도주와 녹슨 양철 사이 어딘가. 서이린은 진열창 유리를 마른 천으로 닦으며 코끝을 찡그렸다. 닦을수록 안개가 유리에 번졌다. 결을 따라 닦아도, 결을 거슬러 닦아도—사라지지 않았다. 창밖의 골목처럼. 어젯밤의 온도처럼.

닦아도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잔열.

탐지 반지를 낀 왼손 약지가 또 욱신거렸다. 어젯밤부터 이어진 증상이었다. K가 가게 문을 나선 지 여섯 시간이 넘었는데도, 반지의 내부 결정 층이 식질 않고 있었다. 이린은 반지를 들어 이른 아침 빛에 비췄다. 결정 층 가장자리,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가는 선 하나가 열기를 품고 새겨져 있었다.

심홍빛.

이린은 천천히 숨을 뱉었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공기가 유리를 뿌옇게 흐렸다.

"……재고 조사나 하자."

혼잣말을 내뱉고 이린은 장부를 펼쳤다. 숫자들 위에 눈을 얹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숫자가 아닌 다른 것들이 굴러다녔다. 어젯밤 K의 가슴 쪽에서 탐지 반지가 처음 반응했을 때의 온도. 화덕이 아닌, 난로——오래되고 깊고 조용하게 뜨거운. 한 번도 밖으로 토해낸 적 없이 수십 년을 쌓아온 것들의 온도.

'사랑하는 능력'을 사러 온 남자가 이미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이린은 장부를 덮었다.

원작을 떠올렸다. 이 시점——황제가 결정체를 구매하러 거래 골목에 나타나는 시점——은 이미 정치적 지뢰밭이었다. 황제가 '감정 불능'이라는 소문이 거래 골목에 퍼지면 반황파가 움직인다. 그 틈을 타 황제의 측근이 숙청 명단을 짠다. 이름이 걸리는 건 가장 쉬운 쪽에서부터. 이름 없는 3류 중개상, 황제의 비밀을 팔아넘겼다는 누명, 조용한 제거.

원작에서의 이린——그 소설의 이린——은 그냥 죽었다.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고. 거래 언어로 된 최후진술 하나 없이.

"이번엔 안 그래."

이린은 반지가 낀 손을 주먹 쥐었다. 손목 안쪽 힘줄이 도드라졌다. 열기가 잠깐 날카롭게 치솟았다가——숨을 고르는 것처럼——천천히 가라앉았다.

약속 시간은 오후 두 시였다.

K는 정확히 두 시에 왔다.

감정 결정체 표본들이 빼곡히 꽂힌 선반, 그 앞에 새것처럼 깔끔한 외투를 걸친 남자의 실루엣

문이 열리며 들어온 공기가 달랐다.

감정 골목의 눅눅한 잔향이 아닌, 차고 건조한 무언가——성 안쪽에서나 맡을 수 있는 냉각 결정제 향이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섞여 있었다. 황실 근위부는 의복에 냉각 결정제를 스프레이한다. 보호 목적. 하지만 냄새가 옷감에 배는 건 막지 못한다. 이린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문이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황실 쪽 사람은 맞는데.

이린은 속으로 금을 그으며 웃음을 지우고 카운터 위에 팔꿈치를 얹었다. 느긋하게. 마치 오늘 오후에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 들어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어서 오세요, K 손님. 어젯밤은 잘 주무셨어요?"

카엘이 모자를 벗었다. 은빛이 도는 흑발이 귀 뒤로 넘겨졌다——그 동작 하나에서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젯밤보다 눈 밑 그림자가 짙었다. 얕게 앉은 피로, 수면이 아니라 무언가를 오래 눌러온 사람의 그것이었다. 이린은 그 사실을 조용하게, 기쁘게 취했다. 잠 못 드는 밤이 공평하게 나뉜다는 건 거래 균형이 잡혀 있다는 뜻이었다. 흔들리는 건 한쪽만이 아니라는.

"분석 준비가 됐다고 했군."

짧게. 그게 이 남자의 방식이었다. 말을 아끼고 침묵에 무게를 얹는——황제가 아니어도, 오래 힘을 가진 사람이 쓰는 문법이었다. 설명하지 않고 존재하는 언어.

"네, 됐어요." 이린은 카운터 아래에서 납작한 검정 케이스를 꺼내 펼쳤다. 안에는 가느다란 수정침 세트, 결정 잉크가 담긴 소형 앰풀, 그리고 이린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정밀 탐지 장갑'이 있었다. 오른손에 끼는 장갑——손가락 마디마다 결정 필라멘트가 박혀 있어 피부 접촉만으로 결정체의 층위와 밀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시중에 없는 물건. 이린이 5년을 조각해 만든 도구. "그런데 먼저 계약 조건을 다시 확인하죠."

카엘의 시선이 장갑으로 갔다가 이린의 얼굴로 돌아왔다. 그 궤도가 너무 자연스러워서——읽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어젯밤 말한 조건 그대로지 않나."

"어젯밤엔 기본 의뢰 계약이었고요." 이린은 앰풀 하나를 집어 빛에 비추었다. 맑은 파란빛이 반짝였다가 사그라들었다. "정밀 분석은 별도예요. 접촉이 수반되거든요——손목을 직접 잡아야 해요. 동의 조항이 따로 필요하고, 분석 중 감지된 내용의 비밀 유지 계약도요."

"……."

침묵. 이린은 그 침묵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거부가 아니라, 재배치. 이 남자는 생각을 말 이전에 처리한다.

"물론 비용은 추가입니다. 정밀 분석은 기본 의뢰비의 두 배." 이린은 계속했다. 침묵이 흔들리기 전에. "미리 말씀드리는 게 예의 같아서요."

카엘이 의자를 끌어 앉았다. 천천히. 허락 없이. 이린의 가게 의자가 처음부터 그의 것이었던 것처럼.

"비밀 유지는 당연한 전제다. 그 조항에 위약 조건은?"

"위약 시 제가 분석 결과 전체를 공개 경매에 부칠 수 있어요." 이린은 태연하게 장갑 끈을 조였다. 손가락 하나하나. "물론 그쪽도 저를 같은 방식으로 신고할 권한이 생기고요. 상호 파멸 조항이에요.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비결이에요."

카엘이 처음으로 입꼬리를 당겼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작고, 무표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정확하게 달라진——그 어딘가. 이린은 그것을 보았다. 놓치지 않으려고 본 게 아니라, 눈이 저절로 거기에 걸렸다.

"재미있는 중개상이군."

"거래가 재미없으면 손님이 안 오거든요." 이린은 계약서를 내밀었다. "서명해 주시면 시작하겠습니다."

계약서에 잉크가 스며들었다.

이린은 장갑을 낀 오른손을 뻗었다. 안정적으로. 직업인의 손으로.

"손목을 이쪽으로 주세요."

카엘이 소매를 걷었다. 그 동작이 너무 익숙해서——마치 수천 번 해온 것처럼, 신체 기억 속에 새겨진 것처럼——이린은 잠깐 눈을 깜빡였다. 근육이 단단하게 기복진 손목. 피부 아래 힘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 황제는 검을 쥔다. 서류를 집는 것보다 오래, 더 많이. 이린은 그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이 손이 무엇을 해온 손인지.

이린이 손목을 잡았다.

탐지 장갑의 결정 필라멘트가 황금빛으로 밝아오르는 순간, 두 손이 포개진 클로즈업

순간, 반지가 울렸다.

울린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소리는 아니었다——진동이었다. 골 안쪽 깊은 곳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주파수 같은 것. 장갑의 필라멘트들이 일제히 황금빛으로 점화되었다. 이린은 표정을 고정했다. 숨을 조절했다. 눈꺼풀을 내리는 속도를 계산했다. 냉정해. 이건 직업이야. 분석이야. 다섯 번을 했어도 똑같이 해온 일이야.

"……조금 따뜻할 수 있어요." 이린이 말했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상관없다."

카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손목을 잡힌 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린을 보는 게 아니었다——이린의 뒤, 선반 어딘가를 향한 눈. 감정을 결정체 바깥으로 새어나오지 않게 훈련된 눈이었다. 오래 갈고닦은, 의지로 만들어진 표면이었다.

이린은 눈을 감았다.

결정체 탐지는 눈을 감는 편이 더 정확했다. 잡음이 줄어들고, 감각이 손끝으로 집중되었다. 장갑 마디마다 박힌 필라멘트가 피부를 통해 K의 체온을 읽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아래, 훨씬 깊은 곳에서 이린은 그것을 느꼈다.

봉인된 감정 결정체.

어젯밤 탐지 반지가 외부에서 감지한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했다. 층위가 여러 겹이었다. 가장 바깥 층은 차갑고 단단했다——억압으로 만들어진 껍데기. 오래 눌러 굳힌 것의 질감. 그 안으로 들어갈수록 온도가 올랐다. 차가운 돌 안에 용암이 잠자는 것처럼.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것처럼.

이린은 한 층씩 더 파고들었다. 호흡을 느리게 끌었다. 필라멘트의 진동이 손가락 마디를 타고 손목으로 퍼졌다——이린 자신의 결정 반지가 화답하듯 낮게 울렸다. 교신처럼.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소리 없는 언어처럼.

그리고 세 번째 층에서——이린은 보았다.

형상이었다.

감정 결정체의 핵에는 '수신인 각인'이 박힌다. 중개상이라면 다 아는 이론이었다. 사랑의 결정체는 반드시 누군가를 향해 성장하고, 그 방향이 각인으로 굳어진다. 흐릿한 경우도 있고, 선명한 경우도 있고——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윤곽만 남은 경우도.

K의 각인은 후자였다.

흐릿했다. 안개 속에 그려진 그림처럼. 하지만 이린은 중개상 경력 오 년에 닦인 눈을 가지고 있었다. 5년간 수백 개의 결정체를 열고 닫으며 형성된 독해력. 이린은 윤곽을 읽어냈다——

키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 긴 머리카락이 옆으로 흘러내리는 각도. 눈썹이 짧고 날카로운 사람. 카운터 뒤에 서 있는 자세.

잠깐.

가게 카운터.

짧은 눈썹.

카운터 뒤.

이린은 눈을 떴다.

아뿔사——하고 생각하기 전에 이미 숨이 막혔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펑, 하고 내려앉았다. 소리 없이 꺼지는 것처럼. 탐지 장갑의 필라멘트가 과부하 반응으로 한꺼번에 하얗게 빛났다가 꺼졌다. 반지가 손가락을 죄어오는 것처럼 열기가 치솟았다——약지부터 손목까지, 타오르듯.

나였다.

각인의 윤곽이 이린 자신이었다.

어젯밤엔 '수신인'이라는 사실만 읽었다. 이름 없는 각인——방향만 있고 형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오늘, 직접 접촉해서 층위를 열고 들어가 보니——핵 안에서 이린을 마주쳤다. 카운터 뒤에 서 있는 이린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새겨진 이린을.

이린은 손목을 놓았다.

"분석 완료됐어요."

목소리가 평평했다. 자랑스러울 정도로 평평했다. 이린은 장갑을 천천히 벗으며 손가락 하나하나를 점검하는 척했다. 손이 떨리지 않게, 관절에 힘을 주었다. 필라멘트 하나가 살짝 변색되어 있었다——과부하 흔적. 이린은 그 부분을 손바닥으로 조용히 덮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결과는?"

카엘이 물었다. 소매를 내리며. 그 동작이 다시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린은 잠깐 그를 보았다.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눈치채고도 모른 척 묻는 건지. 이 남자에게는 두 가지가 같은 얼굴이어서——판단이 서지 않았다.

"결정체 상태는 봉인 3단계 수준입니다." 이린은 말했다. 직업의 언어로. 안전한 쪽으로. "봉인 자체는 내부에서 형성된 게 아니에요——외부 시술의 흔적이 있어요. 겹겹이 덧씌워진 형태. 한 번에 한 사람이 건 게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누군가가 계속 억압해온 거예요."

카엘의 눈꼬리가 1밀리미터 내려갔다.

이린은 그 1밀리미터를 놓치지 않았다. 황제는 표정을 거의 쓰지 않는다——그러니 1밀리미터는 다른 사람의 눈물 한 방울과 같은 것이었다. 이린은 그것을 보았다. 보고, 무언가가 가슴 안쪽에서 다시 한번 이상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은."

"누군가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전하——" 이린은 멈췄다. 아차. 속에서 무언가가 덜컥 걸렸다. 이린은 그 순간 자신이 뱉은 단어를 삼키듯 다시 이었다. "——K 씨의 감정 결정체에 봉인 시술을 가해왔다는 말이에요. '사랑 불능'은 선천적인 게 아닙니다. 만들어진 거예요."

침묵이 내려앉았다.

공기가 달라졌다. 창밖의 골목 소음이 유리 너머로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 방 안에 있는 것은 지금 이 두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방 안에 머무는 따뜻한 것의 무게가——이린에게는 불편하게 실감났다.

진열창 사이로 비껴드는 오후 햇살, 먼지 입자들이 느리게 부유하는 텅 빈 가게 내부

카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린은 그 침묵을 채우지 않았다. 거래 협상에서 먼저 침묵을 깨는 쪽이 진다——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설령 지금 이린의 가슴이 직업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속도로 뛰고 있다 해도. 설령 약지의 열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해도.

진정해. 각인은 결정체의 방향성이야. 아직 완전히 형성된 것도 아니고——단지 최근에 자주 마주친 사람을 향해 기울어진 것뿐이야. 나를 향한 게 아니라,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한 거야. 그 차이는——

카엘이 왼쪽 가슴을 짚었다.

무의식적으로. 외투 위를 가볍게 누른 손가락——그리고 그걸 깨닫고 천천히, 의도적으로 내렸다. 이린은 그 동작을 보았다. 어젯밤 처음 봤을 때도 그랬다. 결정체가 있는 위치. 봉인된 감정 결정체가 물리적 압박을 느끼는 건——타인의 탐지가 가까이 닿았을 때뿐이었다.

이린의 분석이 그의 결정체에 닿았다는 뜻.

그리고 결정체는 수신인이 가까이 있을 때 반응한다.**

이린은 카운터 아래 두 손을 감추었다. 반지가 또 울렸다. 이번엔 진동이 아니라 열기——손가락 전체를 태울 것처럼, 뜨겁게. 이린은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반지의 심홍빛이 손바닥 안쪽까지 물드는 것 같았다.

"K 씨." 이린이 먼저 말했다. 침묵 원칙을 어기면서. 직업적 자존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가 말을 꺼냈다. "봉인을 해제할 수 있어요. 다만."

카엘이 시선을 들었다. 이번엔 이린을 보았다. 정면으로. 선반이 아니라, 이린을.

"다만?"

"봉인을 건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해요. 시술 계보를 모르면 해제 과정에서 결정체가 파손될 수 있거든요." 이린은 말을 골랐다. 한 단어씩. "그리고 그게 황실 내부 시술이라면——저는 추가 보험 조항을 요구할 권리가 있어요."

저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까. 원작을 아는 건 나뿐이고, 이 판에서 제일 먼저 제거되는 건 나라는 것도 나만 알고 있으니까.

"중개상치고 황실 내부 시술이라는 단어를 너무 자연스럽게 쓰는군."

"오래 살아남은 3류엔 이유가 있어요."

"3류라고 스스로 말하는 1류도 처음 봤다."

이린은 입꼬리를 당기지 않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아주 조금——반 박자 정도——웃음이 새어나왔다. 억누르다가 결국 새어나오는 것의 온도가 있었다. 진열창 유리를 닦던 이른 아침부터 이어진 무언가가, 이 방 이 침묵 이 남자 앞에서 조금 균열을 냈다.

카엘이 그걸 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또 가슴 쪽으로 올라갔다가——이번엔 의식적으로, 확실하게 멈췄다. 손이 허공에 0.5초 머물다가 내려왔다. 이린은 그 0.5초를 보았다. 보지 않으려 했지만 보았다.

결정체가 응답하고 있었다.

봉인된 채로, 여러 겹에 눌린 채로——그래도 응답하고 있었다. 수신인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에.

꺼뜨리면 안 돼.

그 생각이 처음으로, 아무런 경고 없이 이린의 머릿속을 가로질렀다. 이린은 눈을 깜빡였다. 그 생각을 어디서 온 것인지 따지기 전에——

바로 그때였다.

가게 문이 열렸다. 예약 없이.

반쯤 열린 가게 문 사이로 쏟아지는 역광, 실루엣만 보이는 낯선 인물의 입장

"어머, 손님 계시네? 언니, 공지도 안 하고 VIP 응대 중이에요?"

류세이였다——이린은 소리만 듣고 알았다. 낮고 경쾌하게 깔리는 그 목소리. 오 년 동안 이 골목에서 함께 버텨온 사람의 목소리. 이린은 뒤돌아봤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의 류세이가 아니었다.

류세이 주의연은 늘 감정 골목에 어울리는 차림이었다——실용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흔한 외투, 편한 신발, 필요할 때만 꺼내는 자격증.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부드러운 회색 외투에 단정하게 여민 단추, 가슴 포켓에 꽂힌 은빛 식별 배지. 이린은 그 배지를 알아보았다. 이 거래 골목에서 7년을 보낸 중개상이라면 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황실 감정 감찰청.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녀석.

류세이는 웃으며 들어왔다. 눈이 웃지 않는 얼굴로. 그 미소는 이린이 아는 류세이의 것이 맞았다——하지만 오늘은 그 미소 안에 날이 서 있었다. 칼을 웃음으로 포장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마침 잘됐다. 나, 오늘 공식 방문이거든요." 류세이는 이린에게 말했지만 시선은 카엘에게 꽂혀 있었다. 황제의 얼굴을 직접 본 적 없다 해도——이 공간에 있는 사람의 무게를, 류세이는 분명히 읽고 있었다. 중개상의 눈은 감정을 읽는다. 결정체에 담기기 전, 피부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열기도. "감찰청에서 이 구역 감정 불법 거래 혐의를 조사 중이에요. 정밀 분석 무허가 시술 포함해서."

이린은 움직이지 않았다.

류세이가 배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덧붙였다. 여전히 미소를 달고서. "손님은 관계없어요. 이건 가게 대표에 대한 조사거든요. 다만——" 그 눈이 이린에게 곧장 박혔다. 미소 안에 무언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조심해. 라고 쓰인 눈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가볍게. "——협조 안 하면 영업 정지예요, 언니. 아, 물론 손님 방문 기록 전부 제출도요."

방문 기록 전부 제출.

이린의 머릿속에서 도미노가 쓰러졌다.

K의 방문 기록이 드러난다——신분이 드러지고, 황제가 감정 결정체를 사러 거래 골목에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반황파가 움직이고, 측근이 숙청 명단을 짜고, 이름 없는 3류 중개상이 제일 먼저 제거되고——.

원작의 이린이 죽은 방식이 정확히 이것이었다.

이린은 카운터를 짚었다. 뭔가를 집는 척. 손가락 끝에 힘을 주었다. 대리석이 차갑고 단단했다. 그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침착해. 지금 이 방에서 가장 위험한 두 사람이 서로를 읽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중간에 있어. 중간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쓸려간다——아니면, 중간에 있는 사람이 판을 가장 빠르게 뒤집을 수 있어.

카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린은 느꼈다. 아까까지 이 방에서 무게를 내려놓고 있던 남자가——무게를 다시 주워 올리는 감각이. 공기가 달라지는 것이. 황제가 황제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하는 것이.

"그래서 얼마짜리 조사예요?"

이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류세이가 눈썹을 올렸다.

"언니가 왜 값을 물어요."

"감찰청 비공식 방문에 은빛 배지 차고 온 거잖아요." 이린은 천천히 카운터에서 걸어나왔다. 류세이와 카엘 사이, 딱 가운데에 섰다. 두 남자 사이에서 등을 류세이에게 향하고 카엘을 마주 보는 위치——어떤 의미에서 방패, 어떤 의미에서 경고. "정식이었으면 빨간 배지였겠죠. 정식도 아닌 조사에 가장 위험한 타이밍에 불쑥 들어온 건——" 이린은 고개를 살짝 틀어 류세이를 곁눈질했다. "——정보를 팔러 온 거잖아요. 저한테."

류세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눈은 여전히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흔들리는 것이 있었다——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는, 아슬아슬한 것이.

"역시 언니는."

"이 손님은 지금 가셔야 해요." 이린은 카엘에게 말했다. 황제에게. "오늘 분석 결과는 봉인된 문서로 제가 보관합니다. 다음 예약은 제가 연락드릴게요——K 씨."

카엘은 이린을 보았다.

등을 돌리고 선 이린의 어깨선. 두 사람 사이에 서서 한쪽에 등을 내어준 여자의 자세. 그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이 방에서 이린 혼자만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카엘은 일어났다. 모자를 집어 들었다. 문 쪽으로 걸어가면서——이린의 옆을 지날 때——멈추지 않고, 하지만 딱 한 마디만 남겼다.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그러나 이린에게만 닿는 무게로.

"결과는 네가 직접 가져와라."

명령이었다. 이린이 찾아오라는——황실 쪽으로. '중개상'이 아니라 '네가'라는 단어를 쓴 채로.

이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엘이 문을 닫고 나갔다. 문이 닫히며 냉각 결정제 향이 희미하게 흩어졌다. 이린은 그 향이 가게 안에서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잠깐이었다. 반 박자.

그리고 이린은 숨을 고르고 돌아섰다.

류세이가 배지를 외투 포켓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동작에서 감찰청 직원이 사라지고 이린이 아는 류세이가 돌아왔다. 하지만 눈빛은 달랐다. 여전히 위태로운 것이 남아 있었다.

"헉, 분석이 이미 끝난 거야? 언니, 결과 나왔어?"

이린은 류세이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너, 내가 결과를 알고 있다는 거 알고 왔지."

류세이가 웃었다. 이번엔 눈도 조금 웃었다——하지만 그 안에 뭔가 다른 게 있었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 오래 감추고 있던 것이 이제 더는 감춰지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래서 얼마짜리 정보를 가지고 왔는지부터 말해줄게요, 언니."

그는 소매를 걷었다.

류세이의 손목 안쪽, 오래된 채취 흉터 위에 새로운 감정 결정체 자국이 겹쳐 있는 클로즈업

손목 안쪽——오래된 흉터 위에, 새 결정체 채취 자국이 겹쳐 있었다.

이린의 눈이 굳었다.

채취 흉터는 감정 결정체를 강제로 뽑아낸 흔적이었다. 중개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결정체를. 오래된 흉터 위에 새 자국이 겹친다는 건——한 번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류세이.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류세이가 웃음을 거두지 않고 말했다.

"감찰청이 아니에요." 그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경쾌함이 벗겨졌다. 아래에 있던 것이 드러났다——단단하고 차갑고, 오래 갈아온 칼날 같은 것이. "감정 암시장에서 어젯밤 K 손님 신원 조회 의뢰가 들어왔어. 의뢰인은 황실 내부——" 그의 눈이 처음으로 완전히 진지해졌다. "——그리고 언니, 그 의뢰인은 K의 결정체를 영구 봉인하라는 두 번째 지시도 이미 내려놨어."

영구 봉인.

감정 결정체의 영구 봉인은 결정체를 죽이는 것과 같았다. 되돌아오지 않는 길. 봉인이 아니라 소멸. 핵까지 닫아걸어 다시는 열리지 않게 만드는 것——그 안에 각인이 있어도, 방향이 있어도, 수신인이 있어도, 상관없이.

이린은 탐지 반지가 낀 손을 내려다보았다. 반지에서 잔열이 피어올랐다. 심홍빛——K의 봉인된 사랑 결정체의 온도. 여섯 시간째 식지 않은 온도. 차가운 돌 안에 용암이 잠든 것처럼, 오래 눌려도 꺼지지 않은 것처럼.

누군가가 그것을 영구히 꺼뜨리려 한다.

그리고 이린은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이름도, 직위도, 이유도. 이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어떤 순서로 무엇이 불타는지.

이 시점에서 판이 바뀌었다.

더 이상 조용히 거래를 설계하고 숙청을 피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린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직업인의 계산으로——그리고 반지가 낀 손가락의 열기로.

이린은 장부를 펼쳤다.

새 페이지. 잉크를 찍었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이번엔 정말로.

그리고——처음으로 거래 언어가 아닌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꺼뜨리면 안 돼.

핵 안에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아직 형성 중인, 흐릿하지만 분명한 방향을 가진. 카운터 뒤에 서 있는 사람을 향해 기울어진.

왜인지는——아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그냥, 꺼뜨리면 안 된다는 것만.

AD
📣 멤버십 가입하면 광고가 사라지고 모든 회차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어요. 멤버십 보기 →

💬 댓글 0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하세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