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교주(敎主)의 방문(訪問) — 번역가는 거절하지 않는다
천마신교의 심장부는 산이 통째로 뒤집혀 있었다.
백서언은 들어오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보통의 건물은 빛이 위에서 내려온다. 창이 높고, 처마가 하늘을 향하며, 사람은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조로 세워진다. 그러나 이곳은 달랐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것은 빛이 아니라 어둠이었다. 거대한 흑요석 기둥이 허공에서 발끝까지 찍어 누르듯 서 있고, 복도는 좁고 낮아서 걸을수록 뭔가가 머리 위로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무인을 기르는 공간이 아니었다. 무인을 만드는 공간이었다.
백서언은 포박된 손목의 밧줄을 손가락으로 조용히 더듬었다. 서른두 번째였다. 저잣거리에서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가 확인한 매듭의 횟수. 느슨하지 않았다. 설무혼은 일하는 사람이었다.
"걸음이 느리다."
설무혼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떨어졌다. 불필요한 감정이 완전히 제거된 목소리였다. 백서언은 걸음을 늦추지도, 빠르게 하지도 않았다.
"길이 처음이라."
"…."
"지도를 보여주시면 맞춰드리죠."
뒤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백서언은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려는 것을 눌렀다. 설무혼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이 사람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었다. 감정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끼고 있었다. 무언가를 위해.
복도가 끝났다.
교주 야율천강(耶律天剛)은 앉아 있었다.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서 있지도, 걸어 들어오지도 않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느낌. 마치 이 전각이 그를 중심으로 지어진 것처럼, 공간 전체가 그 한 사람을 향해 수렴되어 있었다. 흑과 붉은빛이 뒤섞인 교주복이 계단 아래까지 흘러내렸고,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했다. 위압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위압이 완성된 사람의 자세였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사십인지, 육십인지. 백서언이 지금까지 경맥을 읽으며 만난 사람들 중 기가 이렇게 고요한 사람은 없었다. 폭풍 전 수면처럼, 움직임이 없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이 사람에게 있었다.
"통변사(通變士)."
교주가 입을 열었다.
단 두 글자. 그러나 그 두 글자가 대전 전체에 울렸다. 반향이 아니었다.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공기를 직접 눌러 진동시키는 것이었다. 백서언의 귓속에서 무언가가 짧게 윙 하고 울렸다가 가라앉았다.
"앉아라."
백서언은 설무혼을 돌아보았다. 설무혼의 표정은 변함없었다. 백서언은 대전 중앙에 놓인 의자에 가서 앉았다. 포박된 손목이 뒤로 묶인 채로.
교주가 천천히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소문대로구나. 무공을 모른다는 게."
"모른다기보다는," 백서언이 말했다. "읽기만 합니다."
"읽는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글씨가 새겨진 돌을 들 수 있습니다. 저는 돌을 들지 못하는 대신, 글씨를 읽습니다."
야율천강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반짝였다. 흥미였다. 백서언은 그 빛을 정확하게 읽었다. 이 사람은 답을 원하는 게 아니었다. 도구를 감정(鑑定)하고 있었다.
"구파일방(九派一幫)의 절기를 내 부하들에게 이식해라."
그것이 전부였다. 명령이 아니었다. 사실 확인이었다. 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해라.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언어.
대전 안이 조용해졌다. 설무혼이 백서언의 뒤 두 걸음에 서 있었다. 좌우로 늘어선 교의 무인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야율천강은 기다렸다.
백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 초. 십 초. 한숨이 쉬어질 만한 시간이 지나갔다.
"하겠습니다."
뒤에서 설무혼의 기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백서언은 등으로 그것을 느꼈다. 놀람이었다. 이 사람이 자신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뜻이었다. 거절을 예상했거나, 조건을 예상했거나. 아무튼 너무 쉬운 수락은 계산에 없었을 것이다.
야율천강도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단."
백서언이 말을 이었다.
"조건이 있습니다."
거기에서야 교주의 입꼬리가 움직였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만족에 가까웠다. 그렇지. 이래야지. 그런 표정.
"말해라."
백서언은 시선을 들어 야율천강의 눈을 직접 바라보았다. 포박된 채로, 무공 하나 없이, 사방이 교의 무인들로 둘러싸인 상황에서. 그러나 그 눈빛에는 어떤 종류의 공포도 없었다. 강호에서 수십 년 잔뼈가 굵은 무인들도, 지금 저 눈빛을 정면에서 받으면 본능적으로 무기를 고쳐 잡을 것 같았다.
"이식 대상을 제가 고릅니다."
"……."
"대신 서른 명. 교주께서 원하는 숫자의 두 배로 해드리겠습니다."
야율천강이 손가락 하나를 움직였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대전의 분위기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네가 고르는 기준이 뭐냐."
"경맥입니다." 백서언은 천천히 말했다. "잘못된 무공을 잘못된 사람에게 심으면 폐인이 됩니다. 저는 그것을 압니다. 교주께서는 아마 모르실 것입니다."
정적.
좌우의 무인들 사이에서 짧게 칼자루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야율천강 앞에서 모르실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지금까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있었다면 그들 중 지금 살아있는 자가 얼마나 될지는 짐작이 갔다.
그러나 야율천강은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 웃었다.
깊고 낮게, 소리 없이. 입꼬리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눈가까지 접히는 웃음이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분노한 교주보다 기뻐하는 교주가 왜 더 무서운지, 대전 안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서른 명, 네가 고른다."
교주가 말했다.
"단, 한 달. 그 안에 끝내지 못하면 선택권을 돌려받는다."
"충분합니다."
"그리고."
야율천강의 시선이 백서언의 어깨를 스쳐 뒤로 향했다. 설무혼을 보는 것이었다.
"설무혼이 내내 붙어있는다. 도주 시 그 자리에서 처리한다."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교주의 눈이 다시 백서언에게 돌아왔다. 뭔가를 재는 눈빛이었다. 저울이 흔들리듯 한순간 균형이 잡히지 않는 표정이었다가, 이내 굳었다.
"밧줄을 풀어줘라."
설무혼이 움직였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밧줄이 끊어졌다. 백서언은 양손을 앞으로 가져와 손목을 한 번 천천히 돌렸다. 붉게 패인 자국이 보였다.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였다. 그런데 묘하게 감사하는 사람처럼 들리지 않았다.
교주 알현이 끝나고 배정받은 방은, 솔직히 말하면 감옥이었다. 창에 쇠살이 박혀 있고 문 밖에 수위가 둘이었다. 다만 이불이 있고 탁자가 있으며 붓과 종이가 있었다. 교주는 일하는 환경을 챙겨줄 의사가 있는 것이었다.
백서언은 탁자 앞에 앉아 천장을 보았다.
창 너머로 교의 무인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합, 발소리, 무기가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파열음. 백서언은 눈을 감고 그 소리 하나하나를 분해했다. 어느 문파의 보법인지. 어느 유파에서 갈라진 검법인지. 섞인 것들, 꺾인 것들, 억지로 눌러담은 것들.
폐인이 됩니다.
교주 앞에서 한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울렸다.
그것은 협박이 아니었다. 협상 전략도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그리고 백서언이 이 조건을 꺼낸 진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내가 고르지 않으면 잘못 심어진다. 잘못 심어지면 죽는다. 그리고 백서언은, 잘못 심어진 무공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
그 이름은 늘 이렇게 왔다. 생각이 아니라 감각으로. 오래된 상처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욱신거리듯.
무공을 모른다고 했던 어머니가 어느 날 문파 출신 누군가에게 비급 한 쪽을 얻었을 때, 그것이 어머니의 경맥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비급은 귀했고, 귀한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었으며, 경맥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세상이 비급을 소수의 언어로 봉인해두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것을 읽을 수 없었고,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틀렸다.
비급이 없었다면. 아니, 비급이 제대로 번역되어 있었다면.
백서언의 손가락이 탁자를 한 번 두드렸다.
마교의 무인 서른 명. 자신이 고른 서른 명. 잘못된 심기로 폐인이 되지 않을 서른 명.
그것이 조건의 전부가 아니었다.
문이 열렸다.
설무혼이었다. 수위를 제치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왔다. 이 방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구분이 없는 태도였다.
"밥."
탁자 위에 식반을 내려놓았다. 그게 다였다.
백서언은 식반을 내려다보았다가 설무혼을 보았다.
"같이 드실 건가요?"
"감시다."
"감시도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죠."
설무혼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가지도 않았다. 백서언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젓가락을 들고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맞은편 벽 쪽에 설무혼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창밖에서 바람이 한 번 지나갔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됩니까."
백서언이 말했다. 젓가락을 내려놓지 않은 채로.
"……."
"천마신교에 언제 입교하셨습니까."
설무혼의 엄지가 검지 마디를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백서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기억 안 난다."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설무혼의 눈이 처음으로 백서언에게 정면으로 꽂혔다. 그 눈빛 안에 있는 것은 경고였다. 더 이상 말하면 위험하다는 뜻. 그러나 백서언은 젓가락을 다시 들었다.
"저는 경맥을 읽습니다."
담담하게 말했다.
"사람의 기(氣)가 흘러온 길을 읽습니다. 무공만이 아니라, 감정도. 충격도. 때로는 지워진 것의 흔적도."
"……."
"당신 경맥에 흔적이 있습니다."
설무혼이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손을 댄 흔적. 지운 것입니다. 무공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그 말이 방 안에 떨어지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창밖에서 훈련 소리가 이어졌다. 저 멀리 새 한 마리 울음소리.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이 방 안은 조용했다.
설무혼의 손이 천천히 칼자루를 향해 움직였다.
"그것이."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달랐다. 낮아졌다. 건조함 안에 뭔가가 낀 것 같은 목소리.
"그것이 교주와 무슨 상관이냐."
백서언은 그 질문에서 멈췄다.
교주와 무슨 상관이냐.
이 사람은 자신에게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 않았다. 자신의 지워진 기억이 자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교주를 먼저 떠올렸다.
그것이 전부를 말해주었다.
백서언은 젓가락을 다시 내려놓았다.
"교주와는 아직 상관없습니다."
"아직."
"네. 아직은."
설무혼의 칼자루를 쥐었던 손이 천천히 풀렸다. 떠나지 않았다. 완전히 풀지도 않았다. 그 경계 어딘가에 손이 멈춰 있었다.
백서언은 그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 사람에 대해 확신했다. 설무혼은 교주에게 충성한다. 그러나 왜 충성하는지 모른다. 이유가 지워진 충성은,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무너진다.
그것이 열쇠다.
"한 달이면 됩니다."
백서언이 말했다.
"서른 명 이식하는 데."
"알고 있다."
"제가 드린 한 달 안에, 저도 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뭘."
백서언은 설무혼을 똑바로 보았다.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설무혼은 알아챘다. 저 사람의 무표정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저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을 때, 이미 생각이 끝난 것이라는 것을.
"당신 경맥을 제대로 읽고 싶습니다."
"……."
"지워진 것이 무엇인지. 제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무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칼자루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백서언에게는 충분했다.
그날 밤.
백서언은 창 너머를 바라보며 붓을 들었다. 종이 위에 경맥도(經脈圖)를 그리기 시작했다. 설무혼의 것이 아니었다. 오늘 교주 알현 때 자신의 기를 스치며 읽은, 야율천강의 경맥 일부였다.
선이 그어질수록, 손이 멈추었다.
이상하다.
교주의 경맥 안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무공이 아니었다. 무공 아래에, 더 깊은 층에 — 무언가가 박혀 있었다. 심어진 것이었다. 그것도 매우 오래전에. 그리고 그 흔적의 구조가, 오늘 설무혼의 경맥에서 읽은 지워진 흔적과 같은 손길이었다.
같은 사람이 했다.
야율천강에게 무언가를 심은 사람, 설무혼의 기억을 지운 사람.
같은 사람이었다.
붓이 멈췄다.
백서언의 손이 종이 위에서 미동도 없이 굳었다. 창밖에서 바람이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교의 등불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백서언은 뒤늦게 깨달았다.
교주는 자신을 이용하려고 불렀다.
그런데 — 교주 역시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교주에게 무언가를 심은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백서언이 종이를 뒤집었다.
떨림이 없었다.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서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가 극도로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으니까.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멈추었다.
누군가 서 있었다. 수위가 아니었다. 수위는 규칙적으로 이동한다. 이 발소리는 멈추어 있었다. 방 안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백서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붓을 내려놓고 이불을 당겨 눕는 척하면서, 손끝으로 탁자 위 종이를 소매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발소리가 사라졌다.
백서언은 천장을 보며 눈을 감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뜰 생각도 없었다.
한 달.
서른 명.
그리고, 야율천강의 등 뒤에 있는 그 한 사람.
무공을 모르는 통변사가 천마신교 한복판에서 판을 짜기 시작했다.
강호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