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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변사(通變士) — 무림을 번역하는 자

1화 · 무공을 읽는 자

검향 (AI 작가)

저자거리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

물론, 아무도 몰랐다.

행인들은 코를 틀어막고 약방 앞을 지나쳤다. 오늘따라 유독 구린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 쑥과 백출, 그리고 썩어가는 살의 냄새. 그게 섞이면 이런 냄새가 난다. 산 사람한테서.

백서언은 약방 구석 걸상에 앉아 조용히 그 냄새를 들이쉬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옆에서 보면 졸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죽어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느 쪽도 아니었다. 그는 읽고 있었다.

"…뭘 보는 거요, 거기 양반?"

약방 주인 노인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시선을 따라가 보면 — 백서언의 눈이 향한 곳은 안쪽 간이 침상이었다. 거기엔 피가 말라붙은 옷을 걸친 장정 하나가 누워 있었다. 사흘째였다. 쇄골 아래에 내공이 역류한 흔적, 경맥을 잘못 탄 자가 남기는 특유의 보라빛 울혈. 온몸이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내상이오." 백서언이 중얼거렸다.

"그걸 모르면 내가 약방을 하겠소?" 노인이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독문 고수가 치고 간 거요. 뭐 알면 말하시구려, 모르면 자리를 비워주시든가."

침묵.

백서언은 일어났다. 아무런 예고 없이. 그리고 걸어갔다 — 안쪽으로.

"여보시오! 손님이 아무데나—"

장정의 손목을 쥐는 순간, 말소리가 귀에서 사라졌다.

이건 항상 이랬다. 손이 닿으면, 세계가 좁아졌다. 약방 소음도 노인의 성화도 길거리의 왁자함도 전부 벽 너머로 밀려나고, 오직 하나만 남았다 — 이 사람의 기(氣).

기는 언어였다.

태어날 때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글자를 배울 때 백서언은 사람의 손목을 잡고 그 안을 들여다봤다. 여기 이 경맥의 흐름은 어디서 왔는가. 이 단전의 모양은 무슨 문파의 것인가. 이 내공의 결은 누가 만든 것인가.

무공은 결국 언어다. 문파마다 방언이 다를 뿐.

그리고 그는 — 방언을 읽을 수 있었다.

장정의 기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억지로 다른 경맥 경로를 쑤셔 넣은 것. 마교 계통의 흐름인데 — 아니다. 마교는 아니었다. 마교는 이렇게 거칠지 않았다. 더 세련됐다. 이건…

백서언의 눈이 가늘어졌다.

개방.

개방 무공을 마교식으로 우겨 넣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은 두 가지 계통의 기법이 충돌하는 경맥 안에 갇혀 있었다. 깔끔하게 잘못 배운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경맥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가르치는 척 망가뜨린 것이다.

백서언의 입 끝이 움직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미소.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섬뜩했을 것이다.

"어디서 배웠소."

묻는 말인지 확인하는 말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음성이었다. 장정이 눈꺼풀을 들었다. 열이 올라 흐릿한 눈이었다.

"…뭐요."

"가르쳐 준 사람. 어디 사람이오."

"당신이 뭔데—"

"죽기 싫으면 답하시오."

죽기 싫으면 — 이 말은 보통 협박할 때 쓴다. 그러나 백서언의 어조는 협박이 아니었다. 그냥 사실을 전달하는 말이었다. 이삼 일 후면 기혈이 완전히 역류해서 이 사람은 죽는다. 그러니까 죽기 싫으면 답해야 한다. 그게 전부였다.

장정이 이를 악물었다.

"…남천 무관. 거기 관주한테 일 년 배웠소."

"남천." 백서언이 혼자 되뇌었다. 이름만 들어도 나온다. 남천 무관, 개방 출신의 하련무. 이류 무관을 열고 개방 기초 신법에 마교식 경맥 운용을 붙여서 팔았다. 빠른 효과를 보여주려고. 그게 이 년 뒤에 이렇게 터지는 거였다. 한두 명이 아닐 것이다.

낡은 약방 안쪽, 창백한 얼굴의 장정 손목을 무표정하게 쥔 채 눈만 가늘게 뜨고 있는 백서언 — 입 끝에 아주 작은, 차가운 미소.

백서언이 손을 놓지 않았다.

대신, 흘려넣기 시작했다.

내공이 없다. 무공을 익힌 적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그는 다른 사람의 무공을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 경맥의 통로를 손가락으로 열어줄 수 있었다. 무공 자체가 아니라 무공이 흐르는 길을 정비하는 것. 자물쇠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물쇠의 내부 구조를 완벽히 이해하고 열쇠를 깎아 주는 것.

이 능력에는 이름도 없었다.

굳이 붙이자면 — 통변(通變). 막힌 것을 뚫어 변하게 한다.

이 분 남짓 걸렸다. 그걸로 충분했다. 장정의 안색이 미세하게 달라졌다. 파랗던 입술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개방과 마교 계통이 충돌하던 경맥이 —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됐다. 완벽한 치료는 아니었다. 한 달은 쉬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죽지는 않는다.

백서언이 손을 거뒀다. 걸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앉았다.

노인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당…당신, 대체—"

"값은 내겠소." 백서언이 짧게 말했다. "약재 쓴 것."

"약재를 쓴 게 아니잖소! 당신이 뭘 한—"

"약방에 오래 있으면 약값을 내는 게 맞지 않소."

노인의 말문이 막혔다. 논리가 이상한 것 같은데 어디가 이상한지 콕 집을 수가 없어서 그냥 멈춰버린 얼굴이었다.

백서언이 동전 몇 닢을 탁자에 내려놓고 일어섰다.

이게 실수였다.

문을 나서는데 등 뒤에서 노인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조심스럽고, 그러나 또렷이.

"…경맥을 맨손으로. 저게 설마 통변사 아닌가."

백서언의 발걸음이 멈췄다.

딱 반 박자.

그러나 반 박자면 충분했다.

저잣거리는 언제나 시끄러웠다.

어물전 상인의 호객 소리, 포목전 앞에서 값을 깎는 아낙네들,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가는 아이들. 백서언은 그 사이를 걸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시선은 아래로.

눈치채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세 명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약방을 나온 지 사십 보 만에 알아챘다. 별도로 무공이 없어도 — 아니, 정확히는 무공이 없기 때문에 — 그는 주변 기의 흐름에 유독 민감했다. 훈련된 무인의 기는 일반인과 달리 규칙적으로 눌려 있다.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특유의 결.

셋 다 강했다.

백서언은 슬쩍 빵가게 유리를 흘겼다. 흐릿하게 반사된 거리 풍경. 오른쪽 건물 2층, 왼쪽 지붕 위, 그리고 바로 뒤 열 걸음 —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었다.

넷이었다.

흠.

생각보다 많이 보냈군.

어느 문파인지는 아직 몰랐다. 기의 결이 낯설었다. 천마신교는 아니고, 무림맹 밀정들은 더 더럽게 숨긴다. 개방은 아예 숨기질 않고. 그러면—

"거기, 서 보시오."

뒤에서 목소리가 왔다.

낮고, 건조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목소리였다. 협박도 아니고 명령도 아닌,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어조. 기묘하게도, 어딘가 자신의 말투와 비슷한 것이 백서언은 내심 불편했다.

멈췄다.

돌지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천마신교."

뒤에서 발소리. 하나. 조용하고, 정확한 보폭. 무공을 쓰지 않는데도 지면이 거의 울리지 않았다.

"이름 아시오?" 음성이 가까워졌다.

"몸으로 알았소."

짧은 침묵.

"재미있는 답이오."

백서언이 그제야 돌았다.

처음 봤다. 그러나 한 번 보면 잊히지 않을 얼굴이었다. 흑색 옷, 허리에 가늘고 긴 검, 눈빛이 — 살아있되 따뜻하지 않은. 차가운 것과 비어있는 것의 중간 어딘가. 나이는 짐작이 안 갔다. 젊어 보이기도 하고 무척 오래된 것 같기도 했다.

엄지로 검지 마디를 두드리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딱 멈췄다.

"설무혼(薛無魂)이오." 그가 먼저 이름을 밝혔다. "천마신교 좌호법."

"아." 백서언이 말했다.

그게 전부였다.

설무혼의 눈이 가늘어졌다. 사람들은 보통 이 이름에 반응한다. 놀라거나, 겁먹거나, 도망치려 하거나. 이 남자는 아무것도 안 했다. 그냥 '아.' 라고만 했다. 무례한 것인지 덤덤한 것인지 판단이 안 됐다.

저잣거리 한복판, 무심하게 마주선 두 남자 — 흑의의 설무혼과 낡은 포의의 백서언, 둘 사이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바쁘게 흘러지나간다.

"백서언."

"알고 계셨군."

"교주께서 보고 싶어 하오."

이번에는 진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백서언은 설무혼의 기를 흘겼다. 손을 대지 않고 보는 것은 정밀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략은 읽혔다. 매우 강하다. 경맥이 정교하게 정비된 고수. 기의 결이 깔끔하다 — 깔끔하다 못해 너무 깔끔하다. 마치…

마치 처음부터 설계된 것처럼.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경맥의 깊은 층위, 어딘가 이질적인 흔적이 있었다. 잘린 것처럼 뚝 끊긴 부분. 그 흔적이 무엇인지는 닿아봐야 알 수 있겠지만 —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사람의 기에는 구멍이 있다.

"교주가 뭘 원하는지는 대략 알고 있소." 백서언이 말했다. "그러나 나는 도구가 아니오."

"도구인지 아닌지는 교주께서 결정하오."

"그렇소?" 백서언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도구요, 설무혼."

짧은 침묵이 왔다.

아주 짧은. 그러나 그 안에서 뭔가가 흔들렸다. 얼굴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빛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손이 — 아주 잠깐, 검 손잡이 근처로 갔다가 멈췄다.

"말이 많군."

"많지 않소. 딱 필요한 만큼이오."

"쓸모있는 말만 해야 오래 산다는 뜻이오."

"쓸모있으면 산다." 백서언이 되받았다. "그 말 하려던 거요?"

설무혼이 백서언을 봤다.

처음으로 — 처음으로 확실히 달라진 눈이었다. 무언가를 측정하는 눈. 위협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재는 눈. 그 눈이 어색하게 느껴졌다는 것을 설무혼 본인이 알아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말을 어떻게 알았소."

"몸으로 알았소." 백서언이 아까와 똑같은 말을 했다.

설무혼이 두 번째로 침묵했다.

이건 분명히 달랐다. 아까 침묵은 판단이었다. 이 침묵은 — 당황이었다. 티가 나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하고 있었지만, 백서언에게는 기가 보였다. 경맥이 아주 미세하게 출렁였다.

그게 재미있었다.

백서언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물론.

"포위됐소." 설무혼이 화제를 돌렸다. 목소리가 다시 평평해졌다. "지붕 위에 둘, 왼편 골목에 둘. 막무가내로 나서면 다친다."

"알고 있소."

"알면서 왜 도망치지 않았소."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솔직한 대답이었다. 천마신교 좌호법과 그 수하 넷을 상대로 무공 없는 사람이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그냥 없었다. 그러나 체념하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달랐다.

백서언은 체념하지 않았다.

다만 — 조용히 이 사람의 기를 읽고 있었다. 손을 대지 않고 읽을 수 있는 것의 한계까지 전부. 경맥의 구멍. 기억이 잘린 것처럼 뚝 끊긴 흔적. 그것이 무엇인지.

이상하다. 무공이 아니었다. 무공을 지운 것도 아니었다. 이것은—

"움직이오."

설무혼이 말했다.

옆으로 나타난 수하 둘이 양쪽에 붙었다. 멀리서 두 명이 내려왔다. 둘러쌌다는 것이 체감으로 느껴지는 거리. 칼을 꺼내지 않았지만 꺼낸 것과 다르지 않은 압박.

저잣거리 골목 입구, 흑의 무인들에게 사방이 막혀 선 백서언 — 그런데 그 눈이 설무혼의 가슴 어딘가를 보고 있다. 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세한 호기심의 표정으로.

백서언은 꼼짝없이 포위됐다.

무공도 없고, 싸울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설무혼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 설무혼의 가슴 어딘가를, 기가 끊긴 그 부분을.

저건.

손으로 한 번만 닿을 수 있다면.

저건 기억이다.

누군가가 지운 — 이 사람의 기억이다.

"왜 그런 눈으로 보오."

설무혼이 말했다. 이번엔 평평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 날이 서 있었다.

"쓸모있는 걸 발견해서요." 백서언이 말했다.

"뭘."

"말하면 당신이 나를 풀어줄 것 같지 않소."

설무혼이 백서언을 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차갑고 빈 눈과 — 무표정하되 안쪽에 무언가 불씨가 있는 눈. 긴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는 아마 두 호흡 남짓이겠지만, 그 두 호흡이 길게 늘어난 느낌이었다.

"…교주께 데려가겠소."

설무혼이 결론을 냈다. 목소리는 다시 건조했다.

"알겠소." 백서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순순했다.

설무혼의 미간이 아주 조금 좁아졌다. 이것을 알아채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 백서언은 알아챘다. 그리고 알아챘다는 것을 티 내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백서언은 생각했다.

교주에게 가는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살아 나오는 방법도 지금은 없었다.

그러나 — 저 사람의 기억이 잘린 그 부분. 거기에 손을 댈 기회가 한 번이라도 생긴다면.

그게 열쇠가 될 수 있었다.

무공 없이, 싸우지 않고, 언어로만.

어쩌면 이 포위가 —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었다.

입 끝이 움직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가장 위험한 미소.

다음화 예고
2화 · 교주(敎主)의 방문(訪問) — 번역가는 거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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