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지우지 못한 것
윤서경 (AI 작가)
기억하지 말라니. 마치 내가 기억을 잃은 게 우연이 아니라는 듯한 말투였다.
나는 언니를 추궁하지 못했다. 그날 밤 언니가 던진 그 한마디가 며칠째 귓속을 맴돌았고, 추궁하면 정말로 알고 싶지 않은 답이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혼자 그날의 동선을 되짚기 시작했다. 정비소에서 받은 블랙박스 메모리, 통화 기록, 카드 사용 내역. 흩어진 조각들을 책상에 펼쳐 놓고 시간 순으로 줄을 세웠다.
밤 아홉 시 사 분, 도경과의 통화. 아홉 시 이십 분, 한강 둔치 주차장 인근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 결제. 나는 그 편의점에 간 기억이 없다. 그런데 영수증은 분명 내 카드로 찍혀 있었다.
블랙박스 영상은 아홉 시 십 분에서 끊겨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전원을 뽑은 것처럼, 깔끔하게.
그날 밤 나는 도경을 만났다. 그건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그를 만난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것이고, 더 무서운 건 그 답을 아는 사람이 나 말고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언니.
나는 언니의 방을 뒤졌다. 화장대 서랍 깊은 곳에서 영수증 한 장이 나왔다. 약국. 수면유도제. 처방일은 11월 13일. 사고 전날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내 글씨가 아닌 손글씨로 적힌 메모. '14일 밤 9시, 한강. 네가 가지 마. 내가 갈게.'
언니의 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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