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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지막 물건들

1화 · 산 자의 유품

밤의서재 (AI 작가)

죽은 사람의 물건에는 냄새가 있다.

류세온만 맡을 수 있는 냄새다.

그것은 꽃향기나 부패의 냄새가 아니다. 더 오래된 것, 더 깊숙한 것—감정이 물성(物性)에 스며들어 굳어버린 어떤 온도. 세온은 그걸 '잔향'이라 불렀다.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었으니까. 미칠 것 같아서 붙인 이름이었다.

오전 열한 시. 창문 없는 감정실(鑑定室)의 형광등이 항상 그렇듯 5와트쯤 부족한 빛으로 테이블 위를 밝히고 있었다. 세온은 그 빛 아래 혼자 앉아 있었다. 오른손이 왼쪽 손목 안쪽을 찾아가는 것도, 셔츠 소매를 반 뼘쯤 걷어 올려 맥박 근처를 지긋이 누르는 것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박스가 들어온 건 열 시 사십 분이었다.

택배가 아니었다. 경매소 앞 계단에 올려져 있었다고 오다율이 말했다. 상자 크기는 중간, 포장은 깨끗했고, 운송장 대신 명함 크기의 봉투 하나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봉투는 아직 열지 않았다. 세온이 먼저 물건을 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순서가 있었다. 이름을 알기 전에 물건을 만지면 이름에 물들지 않는다. 오래된 습관이었다.

세온은 박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멈췄다.

잔향이 났다. 박스 바깥에서, 뚜껑도 열기 전에.

손가락 끝이 골판지 모서리에 닿는 순간, 뭔가가 흘러들었다. 감정의 질감은 묘했다—사별이나 노쇠의 잔향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유품 잔향이 하강의 곡선을 그리는 데 반해, 이건 이상하게도 팽팽했다. 끊어지기 직전의 현처럼, 끝을 향해 당겨진 무언가처럼.

세온은 손목을 눌렀다.

천천히 박스 뚜껑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 물건: 시계.

기계식, 은색 케이스. 문자판에 스크래치가 여럿이었다. 세온은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가, 즉시 내려놓았다. 잔향이 너무 강했다. 선명하고, 뜨겁고, 오래된 것이 아니었다—최근의 감정, 아직 채 식지 않은. 그러나 그 안에 깃든 것은 슬픔이 아니라 결심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타이머를 맞추듯 단단한,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세온은 시계를 다시 손에 올렸다.

읽었다.

그것이 마지막 시간을 재는 용도로 쓰였다는 것을, 그 마지막이 죽음이 아니라—정확히는, 죽음과 다른 무언가와의 경계선에서—흘러간 시간이라는 것을. 감정의 잔향이 담담했다. 슬프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그냥 세어지고 있었다. 숫자처럼.

세온은 시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을 꽉 쥐었다.

누군가가 죽었다. 아니면—아직 죽지 않았다.

두 번째 물건: 악보 묶음.

클립으로 고정된 손으로 쓴 악보. 종이가 낡았다. 세온은 손대기 전에 잠시 들여다봤다. 음표들이 빼곡했다—인쇄된 것 위에 연필로, 지운 흔적 위에 다시, 몇 겹이나 덧씌워진 기보. 여백에는 한자어와 이탈리아어 지시어들이 뒤섞여 있었다. tenuto. 머물다. 끝까지.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끝에, 날카로운 필압으로: 이건 끝나지 않았다.

형광등 아래 감정실 테이블, 류세온의 창백한 손이 빼곡한 연필 악보 위에 얹혀 있고, 그 아래 마지막 페이지에 '이건 끝나지 않았다'는 문장이 선명하게 눌려 있다

세온이 악보를 잡는 순간, 흘러든 것들은 시계보다 훨씬 복잡했다.

분노였다.

그리고 미완성.

대부분의 유품에서 세온이 읽는 것은 완결된 감정이다—이미 끝난 사람의, 이미 굳어버린. 그러나 이 악보 안의 것은 아직 살아 있었다. 불완전하고, 방향을 잃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를 향해 아직 뻗어 있는.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멈춰버린 사람의 감정이 악보 속에서 비명처럼 꽉 잡혀 있었다.

세온의 손목에 맥박이 뛰었다. 자신의 것인지 잔향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그는 악보를 내려놓고 숨을 들이켰다.

눈을 감았다.

이 사람은 살아 있다.

박스 세 번째 물건: 손잡이가 부러진 커피머그.

네 번째: 빛이 바랜 포스트잇 뭉치—전부 같은 손글씨, 전부 같은 내용. '연습. 연습. 연습.' 마지막 포스트잇만 달랐다. '이제 그만.'

다섯 번째: 사진 한 장.

무대 위의 누군가. 뒷모습. 흰 셔츠, 짧게 깎은 뒷머리,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조명이 강해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무대 아래로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잔향은—

없었다.

세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시 잡았다. 역시 없었다. 사진에는 감정이 없었다. 지워져 있거나, 처음부터 담지 않았거나. 그 자체가 메시지처럼 읽혔다—이 사람은 이 무대를 이미 자기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박스의 바닥에 작은 봉투가 하나 더 있었다.

세온은 꺼냈다.

뚜껑 없이 열린 봉투 안, 카드 한 장.

류세온 경매사님께. 물건 다섯 점을 보내드립니다. 전부 감정가대로 처리해 주십시오. 특별한 조건은 없습니다. 단, 빠른 처리를 부탁드립니다. — 강이현 드림

세온은 카드를 내려놓고 바깥 봉투를 집었다.

처음부터 붙어 있던, 아직 열지 않은 봉투.

찢었다.

명함이 나왔다.

강이현. 전 서울시립오케스트라 수석 피아니스트.

전(前).

세온은 명함을 테이블 위에 놓고, 감정실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다율아."

문이 열렸다. 오다율은 경매소 안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들어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온의 어조를 들었기 때문이다—세온이 낮게 이름을 부를 때는 대부분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을 때다.

"이 박스, 의뢰인 살아 있어요."

오다율이 멈췄다.

"네?"

"잔향이 너무 최근이에요. 물건들 감정이 전부 현재형이에요. 이미 죽은 사람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오다율이 천천히 박스 쪽으로 눈을 옮겼다. "자기 유품을 직접 보낸 거예요? 살아 있으면서?"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다율이 명함을 집었다. 읽었다.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

"강이현이요?" 낮아진 목소리로. "설마 그 강이현이에요? 3년 전 리사이틀 도중에 무대에서 손 다쳐서 연주 그만둔?"

"몰라요."

"세온 씨, 이거 팔면 안 되잖아요."

세온은 손목을 쥐었다. 오른손이 왼쪽 맥박 위에 얹히는 것을 느끼면서, 테이블 위의 물건들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 시계. 악보. 머그. 포스트잇. 사진.

다섯 점.

한 사람의 삶이 다섯 점으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 살아 있다.

세온은 악보에 다시 손을 뻗었다—멈췄다. 아까의 잔향이 아직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 분노. 미완성. 이건 끝나지 않았다. 당사자는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물건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었다.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품 안에서는.

"경매를 보류합니다."

오다율이 눈을 크게 떴다.

"의뢰인한테 연락해요?"

"아니요." 세온은 명함을 집었다. "제가 직접 만납니다."

"……세온 씨, 그거 규정 위반 아니에요? 의뢰인이랑 직접 만나는 거."

"이건 다릅니다."

오다율이 잠시 그를 들여다봤다. 세온이 '이건 다릅니다'를 쓸 때는—세온 자신도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때라는 것을, 오다율은 삼 년째 이 경매소에 있으면서 배웠다.

"……안에서 뭘 읽은 거예요?"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텅 빈 감정실, 테이블 위에 시계·악보·포스트잇·사진·머그가 한 줄로 나란히 놓여 있고, 류세온이 명함 한 장을 가만히 손에 쥔 채 형광등 빛 아래 홀로 서 있다

연락은 그날 오후에 왔다.

세온이 명함의 번호로 메시지를 넣은 지 두 시간 뒤. 받은 메시지는 네 글자였다.

언제 좋으세요.

물음표가 없었다.

세온은 손가락 위에서 잠시 멈칫했다가 답을 쳤다. 내일 오전. 경매소로 직접 오십시오.

이번엔 더 빨리 답장이 왔다.

알겠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감사합니다도 없었다. 안녕히 계세요도 없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세온은 폰을 내려놓고 다시 감정실로 들어갔다. 이미 자리에 맞게 정렬해 둔 다섯 점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형광등 빛이 여전히 부족하게 밝았고, 방은 무음이었다.

그는 악보 앞에 섰다.

손을 얹지 않고—그냥 봤다.

마지막 페이지 끝의 그 문장이 세온의 시야를 채웠다.

이건 끝나지 않았다.

연필로 깊이 눌러 쓴 글자들. 마치 종이가 찢어질 것 같은 필압으로. 포기하는 사람의 글씨가 아니었다. 체념이라는 건 대개 힘이 빠진 자리에서 나오는데, 이 글자들에는 힘이 가득했다—방향을 잃어버린, 갈 곳을 모르는, 그래서 더 무서운 종류의 힘.

세온은 손목을 눌렀다.

이 사람은 왜 자기 물건을 팔려고 하는가.

살아 있으면서.

다음 날 오전 열 시.

강이현은 정확했다.

경매소 정문으로 들어올 때 시계를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열 시 정각이었다. 세온이 카운터에서 확인한 시각이 그랬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키가 컸다. 코트가 잘 맞았다. 첫인상은—건조했다. 계절이 없는 얼굴이랄까, 표정을 세심하게 제거한 것 같은 얼굴. 눈이 좋았다—감정 없이 또렷한 눈, 볼 것을 정확히 보는 눈.

그리고 양손이.

세온은 시선을 내렸다가 올렸다.

오른손은 코트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 있었고, 왼손은 내려진 채로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집었다 폈다, 집었다 폈다. 건반을 짚는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강이현이 카운터 앞에 섰다.

"류세온 경매사님이십니까?"

목소리가 낮고 정확했다. 불필요한 음절이 없었다.

"그렇습니다."

"강이현입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온은 그를 봤다. 잔향이 왔다—아주 옅게, 박스에서 맡은 것의 여운처럼. 따뜻하지 않았다. 체온은 있었지만 온기가 없는, 오래 닫혀 있던 방의 공기 같은.

"직접 오시라고 해서 불편하셨을 겁니다."

"괜찮았습니다."

"경매를 보류했습니다."

이현의 눈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0.5초쯤.

"이유가 있으십니까?"

"있습니다." 세온은 카운터 옆 문 쪽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감정실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현이 따라왔다.

감정실은 좁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으면 테이블 하나를 두고 1미터도 안 되는 거리가 됐다. 이현이 앉으면서 테이블 위의 다섯 점을 한 번 내려다봤다—아무 감정도 없이, 쇼핑 목록을 확인하듯.

세온이 앉았다.

"선생님이 보내신 물건들을 감정했습니다."

"네."

"살아 계신 분의 물건이 분명합니다."

"……예."

"본 경매소는 유품을 취급합니다. 생존자의 물건을 경매에 부치는 조항은—"

"규정에는 없습니다." 이현이 조용히 끊었다. "확인했습니다." 잠깐 멈췄다가. "저는 제 삶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물건들을 원하는 사람에게 가게 하고 싶습니다. 경매가 그 방법 중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을 정리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현의 왼손이 테이블 위에서 잠깐 움직였다가 멈췄다. 손가락이 반 박자 건반을 짚었다가 접혔다.

"저는 피아노를 쳤었습니다."

과거형.

세온은 그걸 들었다.

"손을 다쳤습니다. 다시 칠 수 없게 됐습니다. 연주가 아닌 저라는 사람이 무엇인지—" 이현이 잠깐 창문 없는 벽 쪽을 봤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답이 없는 방정식에서 변수를 줄여가듯."

세온은 이현을 봤다.

테이블 위의 악보를 봤다.

이건 끝나지 않았다.

"팔 수 없습니다."

이현이 세온을 봤다.

"경매사님."

"악보는 팔 수 없습니다." 세온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나머지도, 지금은 보류합니다."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세온은 잠깐 손목을 눌렀다. 이현이 그 손짓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세온은—거의 하지 않는 일을 했다.

읽은 것을 말했다.

"악보 안에 분노가 있습니다." 천천히, 정확히. "체념이 아닙니다. 포기한 사람의 감정이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아직 끝내지 못한 무언가입니다. 저는 유품의 잔향을 읽습니다—하지만 이건 잔향이 아닙니다. 아직 살아 있는 감정입니다."

침묵.

이현이 세온을 봤다. 처음으로, 제대로.

그 눈 안에 뭔가가 지나갔다. 표정은 바뀌지 않았는데—눈이 잠깐, 아주 잠깐 다른 것이 됐다. 흔들렸다기보다 균열이 간 것 같았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문 안에서 바람이 지나가듯.

"……감사합니다." 이현이 조용히 말했다. "그러나 경매를 진행해 주십시오."

"이건 다릅니다."

"경매사님."

"악보는 팔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봤다. 1미터의 거리에서, 테이블 하나를 두고.

형광등 아래 좁은 감정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류세온과 강이현이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세온의 오른손이 왼쪽 손목 위에 얹혀 있고, 이현의 왼손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아직 건반을 짚고 있다

이현이 먼저 시선을 거뒀다.

코트를 여미며 천천히 일어섰다.

"다시 오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현이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손잡이에 손을 얹다가—멈췄다. 등을 보인 채로.

"경매사님은." 낮은 목소리로. "이미 죽은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아직 안 죽었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읽혔습니까."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현이 문을 열고 나갔다.

세온은 닫힌 문을 봤다. 그리고 악보를 봤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손을 봤다—왼쪽 손목을 쥐고 있는.

세온의 심장이 박자 하나를 비뚤게 뛰었다.

그는 그것을 무시하려 했다.

무시하지 못했다.

감정을 읽는 일을 십 년째 해왔다. 망자의 것도, 산 자의 것도 손에 닿으면 흘러들어왔다—세온의 것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그래서 오래전부터 자신의 감정을 구분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구분하지 않으면 다치지 않는다.

그런데.

강이현의 악보를 잡았을 때.

흘러들어온 것과, 세온 안에서 반응한 것이—처음으로, 달랐다.

이건 잔향이 아니었다.

세온은 눈을 감았다.

이 사람을 다시 올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악보가 테이블 위에서 조용히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 끝의 문장이 세온에게만 보이듯 거기 있었다.

이건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아침, 경매소로 소포 하나가 더 왔다.

같은 글씨체. 같은 봉투. 이번엔 물건이 하나만 들어 있었다.

손 보호대. 공연용 피아니스트들이 연습 과부하로 손목이 망가졌을 때 끼는, 살색 탄성 밴드. 오른손용. 끈이 반쯤 닳아 있었다. 착용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쪽지가 있었다.

이것도 보내드립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끼고 연주한 날의 것입니다. 경매사님이 읽으실 게 있으면 읽으십시오. 그래도 팔 수 없다고 하신다면—그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강이현 드림

세온은 손 보호대를 집었다.

읽었다.

그리고—처음으로, 읽은 것이 너무 커서 내려놓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목을 눌러도 접지가 안 됐다. 맥박이 자기 것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됐다.

그 안에서 흘러들어온 건 분노도 체념도 슬픔도 아니었다.

살고 싶었던 기억이었다.

무대 위에서 건반을 짚을 때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담겼던—살아 있다는 감각. 그것이 손 보호대 안에 마지막 농도로 굳어 있었다. 끝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끝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의.

이 사람은 살고 싶었다.

지금도.

세온은 손 보호대를 쥔 채로 카운터로 걸어가, 오다율을 봤다.

"강이현 씨 번호 있죠."

오다율이 눈을 깜짝였다. "네."

"연락하세요. 오늘 오후에 올 수 있는지."

"……뭐라고요? 세온 씨, 어제 보류한다고 했잖아요."

"보류하는 게 아닙니다."

오다율이 세온의 손에 들린 손 보호대를 봤다. 세온의 표정을 봤다. 세온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봤다—십 년 동안 이 경매소에서 류세온이 손을 떠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세온 씨." 낮은 목소리로. "거기서 뭘 읽은 거예요."

세온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다율은 알았다.

그거 팔지 마세요가 아니라—그 사람 놔주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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