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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사람 값

주먹과별 (AI 작가)

아홉 번째 날까지 살아있으면 된다.

이준은 손가락 관절을 두드렸다. 탁. 탁. 탁.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입술을 다물었다. 열지 않은 봉투가 테이블 위에 있었다. 겉면에 인쇄된 글자는 다섯 자. '이행 확인서.'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에 도장을 찍은 문서였다. 이준은 다시 한번 관절을 두드렸다. 탁.

그 죽음이 자신의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오전 여섯 시 사십 분. 이준이 하리온의 아지트 지하 주차장 쪽 골목 계단에 앉아 있을 때, 하리온이 종이컵 두 개를 들고 내려왔다. 그 중 하나를 이준의 머리 위에서 기울였다. 커피 향이 훅 치고 올라왔다.

"받아요. 흘리기 전에."

이준이 컵을 잡았다. 뜨거웠다.

"자다가 왔어요?" 하리온이 계단 옆 콘크리트 난간에 엉덩이를 걸치며 비아냥거렸다. "그 표정이 새벽 세 시 표정인데."

"집행자 파악됐어?"

"인사는요?"

"."

"……네, 됐습니다." 하리온이 짧게 웃었다. 웃음이지만 눈이 웃지 않는 종류였다. "한 명이에요. 용병 시장에서 '봉투'라고 불리는 인간. 본명은 안 씁니다. 의뢰가 들어오면 타깃 정보를 봉투에 넣어서 받는다고 붙은 이름이에요. 깔끔하죠?"

"경력."

"확인된 것만 열일곱 건. 미확인 포함하면 서른을 넘길 거예요. 빠지는 법이 없어요. 한 번도 미완료한 적 없는 인간이라서 — " 하리온이 잠시 멈췄다. "당신 값이 생각보다 싸게 붙은 것도 그래서일 거예요. 확실한 사람 쓰면 웃돈 줄 필요가 없으니까."

이준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뜨겁고 쓴 맛이 목 안쪽을 긁었다. 싸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조용히 가라앉았다. 분노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냥 건조하게 — 팔린 값이 싸면 더 쉽게 버려진다는 사실만 계산됐다.

"지금 어디에 있어."

"이준씨." 하리온이 컵을 기울이며 말했다. "당신이 용병한테 직접 가면 죽어요. 그냥 죽어요. 그건 그 인간이 워낙 잘하는 분야라서."

"묻는 게 그게 아닌데."

"위치 말하기 전에 조건 먼저요."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하리온과 눈이 마주쳤다.

하리온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농담기가 전혀 없는 눈이었다. 이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의 눈 — 재밌는 척을 가면처럼 쓰고 그 뒤에서 계속 계산하는 눈.

"내 이름 빼요." 하리온이 말했다. "이 일에서. 당신이 어떻게 집행자를 찾았는지, 경로에서 나를 지워요."

"이미 전제조건인 줄 알았는데."

"말로 해요. 나는 기록이 남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이준이 잠시 손가락을 두드렸다. 탁. 탁.

"그래."

하리온이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이준에게 넘겼다. 이준이 펼쳤다. 손으로 쓴 주소. 동쪽 외곽, 항구 근처 냉동창고 지구였다.

"아침 여덟 시에 타깃 최종 확인차 장소 점검 나온대요." 하리온이 말했다. "루틴이에요. 그 사람, 일 시작하면 반드시 현장을 먼저 본다고."

"루틴 파악한 게 언제야."

"……어제요."

이준이 하리온을 봤다.

"내가 오가람 데리러 간 날."

"…………"

하리온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냥 컵을 들어 천천히 마셨다.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그러나 그 '아무렇지 않음'이 너무 정확해서 — 이준은 그게 연습된 것임을 알았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이 정보를 쥐고 있었다.

이준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더 묻지 않았다.

새벽 안개가 깔린 항구 냉동창고 지구, 기름 냄새와 비린내가 섞인 골목 끝에 홀로 서 있는 강이준의 뒷모습

항구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아니, 잠든 척을 했다. 냉동 트럭들이 낮게 엔진 소리를 내며 골목을 통과하고, 작업복을 입은 인부들이 눈을 피해 이동했다. 이 지역이 새벽에 조용한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었다. 서로 보지 않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었다.

이준은 냉동창고 4번 건물 맞은편 컨테이너 그늘에 들어갔다. 공기가 달랐다. 물비린내와 기계 기름 냄새. 살짝 열린 컨테이너 문 사이로 새벽 한기가 칼처럼 파고들었다. 이준은 외투 깃을 올리지 않았다. 추운 거 느끼면서 머리를 더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을 오래전부터 써왔다.

일곱 시 오십 분.

집행자가 왔다.

키가 컸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걸었다. 거리의 어떤 사람보다 평범하게. 바지에 낡은 점퍼, 머리는 짧고 얼굴에 특징이 없었다.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인 사람. 이준은 그 걸음걸이를 봤다. 발소리가 거의 없었다. 체중을 분산하는 걸 몸이 기억하는 인간. 이 업계에서 적어도 오 년 이상 버틴 사람만 가지는 종류의 보행이었다.

그가 4번 창고 앞에 섰다.

셔터 번호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출입구 각도를 눈으로 쟀다. 이준은 그 동작 하나하나를 읽었다. 탈출 루트를 계산하는 눈. 장애물 배치를 저장하는 눈. 타깃이 이 공간에 들어올 때 어디서 처리할 것인가를 이미 그리고 있는 눈.

이준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탁.

집행자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가 천천히 컨테이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준이 먼저 걸어 나왔다.

두 사람이 골목에서 마주섰다. 육 미터 거리. 집행자의 눈이 이준의 얼굴을 스캔했다. 1초. 2초. 그 눈에서 이준은 계산을 읽었다. 이 사람이 자신을 알아봤는가. 위협인가. 제거해야 하는가.

이준이 먼저 말했다.

"봉투."

집행자가 정지했다.

"말 들었으면, 들은 것만 대답해."

침묵이 골목에 깔렸다. 냉동 트럭 하나가 저 멀리서 후진 알람을 울렸다. 삐이이이이. 그 소리가 사라지고 나서, 집행자가 움직였다.

빠르지 않았다. 그냥 — 있던 자리에서 이준 쪽으로 한 걸음 당겼을 뿐인데, 공간이 압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이 싸우는 방식은 폭발이 아니었다. 공기를 눌러서 상대방이 먼저 숨막히게 만드는 타입.

이준이 손을 들었다.

"죽이러 온 거 아니야."

"……"

"앉자."

집행자가 이준을 봤다. 그리고 — 아주 미세하게, 눈이 좁아졌다.

"당신이 나한테 말 걸면 안 되는 거 알죠?"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고 균일했다. 감정을 거르는 필터가 성대에 붙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내가 의뢰받은 게 당신인데."

"알아."

"그런데 왜 직접 왔어요."

"할 말 있으니까."

"……" 집행자가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정지가 무서웠다. 사람이 '고민'하는 것과 '계산'하는 것은 다른 정지다. 이 사람의 정지는 후자였다.

그가 이준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이 의뢰 취소할 수 없어요. 계약금이 들어왔고, 이행 기한도 있고."

새벽 항구 골목, 마주 선 두 남자 — 집행자의 낮고 균일한 눈과,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손가락 관절을 두드리는 강이준

"취소 안 해도 돼."

집행자가 눈을 좁혔다.

이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의뢰인을 바꾸면 되거든."

골목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이준은 그 적막을 무너뜨리지 않고 기다렸다. 상대방이 먼저 다음 말을 요구하게. 그게 협상의 기초였다. 먼저 말하는 쪽이 진다.

집행자가 말했다.

"……듣죠."

이준은 외투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두꺼운 봉투였다. 건넸다.

집행자가 받아 열었다. 안에 있는 것을 봤다. 한 장. 두 장. 세 장 넘기다 멈췄다.

"이게 뭐예요."

"도세황 상단의 은닉 계좌 루트 세 개. 세무청에서 아직 모르는 것." 이준이 말했다. "그거 팔면 의뢰금 다섯 배."

"돈 얘기가 아닌데요."

"알아. 그래서 현금 안 들고 왔어."

집행자가 봉투를 내려다봤다. 손이 멈춰있었다.

이준이 계속했다.

"봉투. 넌 의뢰금 안 받는 거로 알려져 있어. 일 끝나고 받는 거. 이 업계에서 그건 — " 이준이 잠시 손가락 관절을 눌렀다. 탁. " — 믿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매번 선금 받으면 잠수탈 수 있는 업계에서 후불로 버텨온 거면, 지키는 게 있는 거고."

집행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세황이 네 후불을 제때 준다고 생각해?" 이준이 말했다. "그 사람, 나한테도 그랬거든. 15년."

골목의 냉기가 파고들었다. 집행자가 서류를 다시 봤다. 계좌 루트. 숫자들. 이준은 그 눈이 계산하는 걸 기다렸다.

"조건이 뭔지."

"도세황한테 완료 보고 올려. 나 죽었다고."

집행자의 눈이 이준에게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그 눈에서 이준은 계산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봤다. 의아함이었다.

"그게 다예요?"

"그게 다야."

"……" 집행자가 잠시 말이 없었다. "당신, 죽은 척 하면서 뭘 하려는 거예요."

"그건 네가 알 필요 없는 거."

"이 서류가 진짜인지."

"확인해봐. 그 자리에서." 이준이 말했다. "스마트폰 있으면 세 번째 계좌 번호 넣어봐. 조회 안 되는 계좌야. 등록된 적 없는 거."

집행자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화면을 켰다. 번호를 입력했다. 조회.

— 결과 없음.

집행자가 천천히 폰을 내렸다.

이준은 그 얼굴을 읽었다. 결정이 기울고 있었다. 한쪽으로.

"생각해봐." 이준이 말했다. "지금 의뢰인이 준 돈 vs. 이거. 어느 쪽이 더 오래가."

긴 침묵.

집행자가 봉투를 닫았다. 그걸 외투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한은 사흘. 그 안에 완료 보고 올린다고 했으니까." 그가 이준을 봤다. 그 눈이 다시 균일해졌다. 아무것도 없는 눈. "사흘 안에 당신이 어딘가에서 죽으면 — 그건 내가 한 거 아니에요."

"알아."

"……진짜로 끝이에요? 조건이."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집행자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소리가 없었다. 그가 모퉁이를 돌자 — 연기처럼 사라졌다. 원래 거기 없었던 사람처럼.

이준은 골목에 혼자 남아 관절을 두드렸다. 탁. 탁. 탁.

첫 번째 변수 차단.

숨을 내쉬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리온에게 메시지가 왔다.

[만났죠? 살아있어요?]

이준이 걸으면서 답했다.

[응.]

[그게 다예요? '응'?]

이준이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아지트로 들어서니 하리온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커피가 한 잔 더 있었다. 이준 것이었다. 이준이 자리에 앉자 하리온이 말했다.

"죽인 거예요, 매수한 거예요."

"매수."

하리온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얼마 줬어요."

"현금 아니야."

"뭘로요."

이준이 커피를 들었다. 식어 있었다. 마셨다.

"세황 계좌 정보."

"……" 하리온이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등받이에 기댔다. "야." 그녀가 처음으로 농담 없이 말했다. "그거, 어떻게 가지고 있었어요?"

"중개사 십오 년."

"그걸 지금 쓴 거예요? 처음으로?"

"처음으로."

하리온이 이준을 봤다. 그 눈에서 이준은 뭔가를 감지했다. 감탄인지. 두려움인지. 혹은 그 둘이 뒤섞인 무엇.

"당신." 하리온이 낮게 말했다. "도세황 곁에서 15년을 그걸 쌓았던 거예요?"

"."

"그러면서 한 번도 안 썼고?"

이준이 관절을 눌렀다. 탁.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리온이 천장을 올려다봤다. 짧게 웃었다. 이번엔 진짜 웃음 같은 게 섞여 있었다. 쓴 웃음에 가까운.

"그 인간이 당신 팔기로 결정한 게 그래서겠네요." 하리온이 말했다. "당신이 쓸 마음 먹기 전에."

이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긍정이었다.

그날 오후, 이준은 아지트 구석 접이식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하리온이 파일을 뒤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인 종이 넘기는 소리. 이준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집행자는 사흘 안에 도세황에게 완료 보고를 올린다.

도세황은 이준이 죽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도세황이 방심한다.

방심한 인간은 움직인다. 다음 단계로. 이준이 없는 세계에서 처리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러. 그 움직임에 — 기록이 남는다.

이준은 15년치 거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도세황이 만들 기록들을 더하면 — 그건 단순한 증거가 아니었다. 무기였다.

도세황이 원하는 게 기록 삭제라면. 이준이 만들어야 할 건 더 많은 기록이었다.

그게 판이었다.

이준은 눈을 뜨지 않은 채 손가락을 한 번 두드렸다. 탁.

그때, 하리온의 파일 넘기는 소리가 멈췄다.

이준이 눈을 떴다.

하리온이 테이블에 파일 하나를 펼쳐놓고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등이 보였다. 등 선이 굳어 있었다.

"리온."

하리온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준이 일어나 다가갔다. 테이블 위 파일을 내려다봤다.

파일 안에는 문서들이 있었다. 이준도 본 적 없는 형식의 문서. 헤더에 찍힌 코드. 그리고 —

이준의 눈이 멈췄다.

문서 맨 위에 박혀있는 날짜.

20년 전.

그리고 그 아래, 타깃 항목에 적힌 이름.

오래된 문서 위에 새겨진 하나의 이름 — 그것을 내려다보는 강이준의 굳어버린 손

강 병 오.

이준의 아버지 이름이었다.

이준이 그 자리에 굳었다.

하리온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준을 봤다. 그 눈에 — 농담이 없었다. 비아냥도 없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준씨." 하리온이 아주 조용히 말했다. "이 파일. 내가 왜 당신한테 접근했는지. 이제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이준은 그 문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타깃. 강병오.

의뢰인 항목에 적힌 이름을 읽었다.

그 이름을 보는 순간 — 이준은 15년 전 자신이 처리했던 거래 하나를 기억했다. 번호만 봤던 거래. 이름을 확인하지 않은 거래. 자신이 이름을 보지 않는 게 원칙이었으므로.

원칙대로 했기 때문에 — 몰랐다.

자기가 아버지를 팔았다는 걸.

이준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관절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리온이 입을 열었다.

"의뢰인 이름 봐요, 이준씨."

이준이 시선을 고정했다.

의뢰인. 도세황.

아니었다.

설. 현. 오.

이준의 귀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감각이 왔다. 소리가 먼 데로 물러났다. 하리온이 뭔가를 더 말하고 있었는데 — 들리지 않았다.

설현오.

20년 전. 강이준의 아버지. 의뢰인.

그리고 지금, 이준의 죽음이 거래된 시스템을 설계한 인간.

처음부터.

처음부터 이 판을 짠 게 도세황이 아니었다.

이준은 탁자 모서리를 손으로 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 차가움만이 지금 이 순간 이준을 여기에 붙들어놓고 있었다.

"이준씨." 하리온이 낮게 말했다. "당신이 설계한다고 생각했던 판. 처음부터 당신이 그 판 위에 놓인 말이었어요."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이.

오늘 처음으로.

무너지기 직전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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