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0.119
아침 여섯 시 열두 분.
강이현은 눈을 뜨기 전에 먼저 손끝을 확인한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그곳이 살아 있으면 오늘은 괜찮은 날이다. 살아 있지 않으면, 그것도 오늘의 정보가 된다. 어느 쪽이든 그는 일어난다.
침대 옆 협탁에 숟가락이 놓여 있다. 스테인리스, 작은 것. 전역 이후 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일어나 앉으며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집고, 잠시 그 차가운 금속을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예상한 대로다. 손바닥의 촉각 수용체는 전쟁터에서 이미 죽었고, 그 사실은 매일 아침 이렇게 확인된다.
이현은 숟가락을 도로 내려놓고 주방으로 간다.
커피머신이 돌아가는 소리는 들린다. 커피 향도 맡을 수 있다. 냄새와 소리는 멀쩡하다—그 사실이 때때로 더 잔인하게 느껴지지만, 그것도 오늘의 정보일 뿐이다. 그는 잔을 꺼내고, 커피를 따르고, 왼쪽 귀 뒤 피부 아래에 박힌 수신 단자를 손가락 끝으로 건드린다.
딸깍.
연결이 열린다.
시스템 명칭은 SLP—Sensory Lending Protocol. 국가 보훈처가 전쟁 부상자를 위해 개발한 감각 임대 프로그램. 신경 손상 수혜자는 민간 제공자의 촉각 데이터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받아, 손상된 신경 회로를 우회해 뇌에 직접 신호를 주입한다. 제공자는 수혜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수혜자는 제공자의 신원을 알 수 없다. 번호만 있다. #0047, P-119.
이현이 P-119를 배정받은 것은 1년 전이다.
처음 연결했을 때, 그는 아무 기대도 없었다. 이전 제공자 두 명은 석 달을 못 버겼다—신경 감도 차이로 인한 미스매치, 수혜자의 뇌가 외부 신호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거부 반응. 이현의 경우는 특히 심했다. 담당 엔지니어 오수림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현 씨 뇌는 감각 신호를 받아들이는 걸 엄청 싫어해요"라고 했을 때, 그는 그렇겠지, 하고 생각했다. 자기 몸의 것도 아닌데.
그런데 P-119는 달랐다.
단자를 열자마자 이현의 뇌 안에 뭔가가 쏟아졌다. 거부 반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뇌가 그 신호를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인 양 빨아들였다. 오수림은 "감도 호환율 94.7%예요, 이건 사실상 기적이에요"라고 했다.
이현은 그 말을 들으며 처음으로 커피를 뜨겁게 느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침 루틴은 이렇다. 커피를 따르고, 단자를 연다. P-119의 아침 감각이 흘러들어 온다.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 체온, 그 피부의 결, 그 손끝에서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이현의 뇌 안에서 이현 자신의 것처럼 번진다.
이현은 숟가락을 잡고 커피 잔에 담근다.
스트림 안에서, P-119의 손이 무언가를 쥔다. 동시에 이현의 뇌가 그 온도를 읽는다. 뜨겁다. 58도쯤. 적당히 마실 수 있는 온도. 그는 커피를 마신다.
이것이 강이현의 아침이다. 남의 손으로 온도를 재고, 남의 피부로 세상을 느끼며 시작하는 하루. 3년 전의 자신이 봤다면 총이라도 들었겠지만, 지금의 이현은 그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P-119의 감각은 이미 습관이 됐다. 습관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오전 여덟 시 사십삼 분.
이현은 보훈처 서류를 검토하는 척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실제로는 SLP 관리 앱의 스트림 상태창을 보고 있었다.
P-119: 연결 중 / 신호 강도 98% / 이상 없음.
숫자들은 늘 이렇다. 1년 동안 단 한 번도 9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현이 아는 것은 그것뿐이다—번호, 신호 강도, 그리고 1년 동안 쌓인 감각의 기억들. P-119의 오른손이 어떤 질감을 좋아하는지. 종이를 만질 때와 금속을 만질 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피부 어느 부위가 가장 예민한지. 이현은 그걸 전부 안다. 지도처럼.
그가 단 한 번도 모른 것은—얼굴이다.
제공자 신원 보호 원칙. 시스템은 그것을 철저히 지킨다. 아니, 지켜야 한다. 이현도 처음엔 알고 싶지 않았다. 알면 이상해질 것 같았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핸드폰이 울렸다. 수림이다.
"이현 씨, 내일 정기 캘리브레이션 잊지 마세요."
"안 잊어."
"그리고—" 수림은 잠깐 멈췄다. 통화 너머로 키보드 소리가 들렸다. "요청서 올린 거 있잖아요. P-119 신원 조회."
이현의 손이 멈췄다.
"기각됐어요. 이번에도."
"알아."
"이현 씨."
"."
"열네 번째잖아요, 요청이."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림도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시스템 바깥에 방법이 있긴 한데."
이현은 전화를 귀에 더 밀착했다.
"들을게."
오전 열한 시.
이현은 카페 한쪽 구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수림이 건네준 파일은 A4 두 장이었다. 내용은 간단했다—SLP 시스템에는 원래 비상 시 제공자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핀포인트 기능이 있다. 신호 이상이 감지되면 수혜자 측 엔지니어가 제공자의 물리적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기능. 프라이버시 이슈로 현재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하지만 삭제가 안 됐어요," 수림이 말했었다. "기능 자체가 살아 있어요. 그냥 잠겨 있는 것뿐이고."
이현은 파일을 한 번 더 읽었다.
왜 수림이 이걸 알려주는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 여유로운 목소리, 정보를 쥔 자의 특유한 온도—그게 수림의 방식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물어도 된다. 지금 이 정보가 진짜인지가 먼저다.
핸드폰을 꺼냈다. 수림이 보내준 접근 코드를 입력했다.
화면이 잠시 멈췄다가, 열렸다.
P-119: 위치 확인 중—
이현의 심장이 한 박자 건너뛰었다.
—서울 마포구 / 동교로 / 상세 주소 로딩 중—
그는 커피잔을 잡았다. 숟가락이 없었다. 잔 바깥쪽, 그 열기가 손바닥에 닿아야 하지만 닿지 않는다. 스트림 안에서 P-119가 무언가를 쥐는 감각이 흘러들어 왔다—따뜻했다. 이현 자신의 손이 아니라 그 사람의 손이.
주소가 완성됐다.
이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교로 67번길.
그 골목은 이상하게 좁았다. 오래된 빌라들이 좁은 간격으로 서 있고, 중간쯤에 작은 채소 가게가 있었다. 이현은 걸으면서 스트림을 확인했다. P-119: 연결 중, 신호 강도 97%. 그 사람은 지금 이 근처에 있다.
그는 채소 가게 앞에서 멈췄다. 가게 안에 사람이 있었다. 뒷모습—긴 소매 티셔츠, 검은 머리, 키는 이현보다 조금 작은.
이현은 스트림을 열어 두었다.
그 순간, P-119의 감각이 흘러들어왔다—손이 무언가 거친 표면에 닿는 감각. 망 자루 같은 질감. 채소 가게 앞에 쌓인 양파 망 자루.
뒤에 있는 사람이 양파를 집어들고 있었다.
이현은 그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실례합니다."
뒤돌아보는 얼굴은—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남자였다. 이현보다 서너 살쯤 어려 보이는. 선명한 이목구비, 크지 않은 눈, 단정하지 않게 흘러내린 앞머리. 망 자루를 든 손이 잠깐 멈췄다. 그 눈이 이현을 위아래로 훑었다—경계도 아니고 친절도 아닌, 무언가를 재는 눈빛으로.
그러더니 웃었다. 입꼬리만 올라가는 종류의 미소. 문 앞에 붙여놓는 종류의 웃음.
"네, 뭐 도와드릴까요?"
이현은 그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감각 스트림엔 소리가 없다—1년 동안 그 사람의 손끝을 알았지만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그는 말해야 했다. 준비한 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스트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신호 강도가 갑자기 치솟았다.
97%에서 103%. 수치가 정상 범위를 이탈했다. 이현의 귀 뒤 단자가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아니, 정확히는 뜨겁다는 감각이 이현에게 없다. 하지만 뭔가 터지려는 것처럼 머릿속이 꽉 차는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쏟아졌다.
여과되지 않은 감각이.
P-119의 손이 양파 망을 쥔 감각—그게 갑자기 증폭됐다. 거친 그물코 하나하나가 손바닥 전체에 박히는 것처럼. 이현의 뇌가 그 신호를 처리하지 못하고 과부하를 일으켰다. 시야가 0.5초쯤 흔들렸다.
이현은 순간적으로 채소 가게 입구 벽에 손을 짚었다.
"어머."
그 남자—P-119의 목소리가 들렸다. 놀란 것 같았다. 이현의 쪽으로 한 걸음 가까워지는 소리가.
"괜찮으세요?"
이현은 시야를 고정시키려 했다. 머릿속에서 감각이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단자를 닫으면 됐다—그냥 차단하면 됐다. 그런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면 그 남자가 이현의 팔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다.
직접 닿는 감촉.
스트림이 아니다. 외부 신호를 우회한 대리 감각이 아니다. 지금 이현의 오른팔 피부에—비록 감각 수용체의 60%가 죽어 있지만—살아남은 40%가 그 온기를 직접 감지했다.
강이현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1년 동안 스트림으로 알던 그 손의 온기가, 지금 이현의 팔 위에 있었다.
스트림 안의 감각과 지금 팔 위의 감각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었다. 뇌가 그것을 처리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느낌. 이현은 이를 악물었다.
"놔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고 거칠게 나왔다. 남자가 손을 뗐다. 이현은 몸을 세우고 단자를 손가락으로 눌러 닫았다.
스트림이 차단됐다.
침묵.
남자는 이현을 보고 있었다. 아까의 문 앞 웃음은 사라지고, 지금은—무언가를 계산하는 눈빛이었다. 손가락이 망 자루를 쥔 채 미세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무릎이 아니라 망 자루를, 규칙적으로.
이현은 그 동작을 알았다.
긴장할 때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습관. 스트림 안에서 그 사람의 손끝이 무릎을 두드릴 때 이현도 함께 느꼈다. 1년 동안.
이현은 그 남자의 눈을 똑바로 봤다.
"윤서오 씨죠."
남자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0.1초, 완전한 침묵.
그리고 남자가—윤서오가—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어머." 아까와 다른 온도의 목소리였다. "그게 저한테 왜요?"
웃음기가 없었다. 문 앞 웃음이 완전히 걷힌 얼굴. 이현은 그 얼굴이 낯설다는 것을 알았다—감각으로 아는 몸과, 눈으로 보는 이 얼굴이 맞닿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과 지금 이 눈빛 사이에 메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도 이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P-119."
두 글자.
윤서오의 표정이 굳었다. 그 눈빛에서 계산이 사라지고 뭔가 더 날카로운 것이 올라왔다.
"당신."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 주소 어떻게 알았어요."
질문이 아니었다.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이 남자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이현이 알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시스템을 안다. 자신이 P-119라는 것을 아는 이상, 이미 답이 보인다.
윤서오는 이현을 한 번 더 봤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양파 망을 가게 선반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뭔지는 모르겠는데."
손가락이 다시 선반 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시스템 우회해서 내 주소 캔 사람한테 그냥 가라고 하면 가겠어요?"
이현은 대답 대신 바지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보훈처 발급, 수혜자 등록증. 번호 #0047이 인쇄되어 있었다.
윤서오의 시선이 그 번호 위에 멈췄다.
긴 침묵이 흘렀다.
이현은 그 침묵 안에서 무언가를 느꼈다—아니, 정확히는 느끼려 했다. 이 남자의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몸의 언어라면 1년 동안 읽어왔지만, 이 얼굴의 언어는 처음이었다.
"1년이에요?"
윤서오가 말했다. 낮고 평탄한 목소리.
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침묵. 그러다 윤서오가 천장을 잠깐 봤다가,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가, 이현을 다시 봤다.
"오늘 아침에."
그의 목소리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스트림에 이상 신호 뜬 거—"
이현이 끊었다.
"응."
"그게 내가 준 건지, 아니면 당신이 여기 오면서 뭔가 건드린 건지."
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윤서오는 잠시 이현을 바라봤다. 그 눈 안에서 무언가 복잡한 것들이 순서를 매기려 애쓰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짧게, 거의 내뱉듯이 말했다.
"들어와요."
빌라 계단을 오르면서, 이현은 단자에 손을 가져갔다가 멈췄다.
스트림을 열면—바로 앞에 있는 이 사람의 감각이 들어온다.
열지 않으면—이현의 손은 다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는 손을 내렸다. 단자는 닫힌 채로.
계단 세 번째 칸에서 윤서오가 멈추지 않고 말했다.
"한 가지만 먼저 말할게요."
이현은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제 전 파트너." 윤서오의 목소리는 평탄했다. 너무 평탄해서 오히려 이상했다. "스트림 사고로 지금 식물인간이에요. 내 감각 때문에."
이현은 걸음을 멈췄다.
윤서오는 멈추지 않았다. 네 번째 칸, 다섯 번째 칸.
"그러니까 당신이 나한테 무슨 감각을 원하든 간에." 계단 꼭대기에서 그가 돌아봤다. 그 눈빛은 문 앞 웃음도, 날카로운 계산도 아닌 세 번째 얼굴이었다. "리스크는 알고 들어와요."
이현은 그 말을 들으며 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닫혀 있던 단자에서 신호가 왔다.
이현이 직접 닫은 단자였다. 수동 차단. 수신자 측에서 닫으면 제공자 측에서는 열 수가 없다. 그것이 SLP의 원칙이었다.
그런데 신호가 왔다.
이현은 단자를 손으로 덮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다음엔 이 사람의 얼굴을 보겠지, 하는 예상과 함께. 아니, 그것보다 더 깊은 곳에서 뭔가가 긁혔다. 시스템 원칙이 위반됐다. 수신자가 닫은 단자가 외부 신호를 받았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현은 위를 올려다봤다. 윤서오가 문 앞에 서서 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손이—아직도 손가락으로 문틀을 두드리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이현이 알던 그 리듬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