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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증거

2화 · 제2화 목격

밤의서재 (AI 작가)

밤 11시 47분. 강남역 인근 다세대주택의 골목.

박시연은 담뱃불을 끌어당겼다. 연기를 코로 내뱉으며 건너편 담장 너머의 창문을 바라봤다. 저기 안에 있었다. 조직원 김태준. 4년 전 강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섬유 증거로 거슬러 올라간 이름. 그러나 매번 변호사가 나타났고, 매번 수사는 막혔다. 올해 네 번째 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경찰청 내부 감시망이 있다는 직감은 단순한 편집증이 아니었다. 한수진의 얼굴. 그 형사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타나 시연의 손목을 잡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법정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떨어질 거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3년이 걸렸다.

담배를 밟아 껐다. 시연의 손가락이 경찰청 발급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셔터를 누르면서 그 순간 모든 게 멈췄다.

창문 안 그림자 너머로, 또 다른 검은 실루엣이 지나갔다.

시연의 호흡이 얕아졌다. 담배로 덮인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건 경찰 신분증도 없는 누군가. 취조실처럼 조명이 밝은 방에서 김태준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 손에 들린 게 확실했다. 끝이 반짝이는, 가느다란 뭔가.

심문이 아니었다. 이건 다른 걸 하는 거다.

시연은 담장을 넘었다. 몸을 낮추고 창문 아래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유리 모서리에서 몸을 뒹굴듯 굴렸다. 슬릿 사이로 안을 들여다봤다.

그 사람을 본 건, 응급실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그 남자를 본 건—응급실에서다.

이준호.

정형외과 레지던트. 칼에 베인 상처. 마지막 질문이 화살처럼 날아온 남자. "형사님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그는 김태준의 목에 금속 막대를 대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르고 있었다.

어두운 방, 갈비뼈에 대해진 반짝이는 금속 막대,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지 않게 잡은 손들

"어디 있어?"

이준호의 음성은 마름모처럼 뾰족했다. 차분했으나 그 차분함이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모—모르겠어. 진짜 모르겠어—"

"2013년 5월 3일. 당신 또 다른 친구들이 한 일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왜 답을 안 했지?"

김태준의 몸이 경련했다. 그 금속이 더 깊이 들어가는 걸 시연은 명확히 봤다. 아니면 이미 들어가 있던 걸까. 상처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재기란 불가능했다.

"내 여동생. 박지연. 알아?"

준호의 손목이 움직였다. 회전. 가느다란 각도의.

김태준의 비명은 신음에 가까웠다. 목에서. 공기를 찾지 못한 사람의 목에서.

시연의 손에서 카메라가 떨어질 뻔했다. 기어이 집었다. 입을 다물었다.

이준호가 멈췄다. 손을 빼 들었다. 차분한 호흡으로 돌아왔다. 정형외과 수술실에서의 호흡처럼, 정밀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그런 호흡.

"다음엔 아프다는 생각을 못 하고 죽을 거야. 이게 친절이다."

그가 창문 쪽으로 돌아섰을 때, 시연의 심장은 목구멍에 달라붙었다.

검은 눈이 슬릿을 통해 밖을 본다. 아주 정확하게. 정확히 시연이 웅크린 그 위치를.

시연은 몸을 재빨리 굴렸다. 담장 너머로. 발을 헛디뎌도 구르듯 내려갔다. 등이 아스팔트에 닿았다. 공기가 폐에서 튀어나갔다.

그 발걸음. 준호가 나가는 소리. 창문이 열리는 소리.

시연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눈동자를 움직여 위를 봤다. 담장 가장자리. 검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사라졌다.

준호가 담장을 넘고 있었다.

시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도 최소화했다. 옛날 전술교관의 목소리가 뇌에 울렸다. "포식자가 움직이면 먹이는 멈춘다. 눈은 움직임으로 본다."

발걸음. 신발 밑창이 아스팔트를 찍는 소리. 아주 가깝게. 시연의 얼굴에서 1미터.

그것이 멈췄다.

시연의 눈이 검은 실루엣과 마주쳤다. 준호는 웅크린 시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그 금속 막대가 여전히 들려 있었고, 끝부분은 검은 무언가로 축축했다.

"형사님."

준호가 입을 열었다. 응급실에서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이제 그 조용함은 다르게 들렸다.

"당신이 나를 찾고 있었구나."

시연의 손이 벨트에 간다. 전동 권총. 그러나 완성되지 않았다. 준호가 이미 옆으로 몸을 굴렸기 때문이다.

어둠 속 아스팔트 위, 대면하는 두 남자의 교차된 시선, 하나는 누운 채로, 하나는 서 있는 자세로

"김태준은?"

시연의 목소리는 저음이었다.

"내가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어. 이제 그는 형사님의 문제가 됐다."

준호가 뒤로 물러섰다. 천천히. 시연을 재는 듯한 검은 눈을 유지한 채.

"내 여동생 사건 파일을 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가 말했어. 경찰청 강력계 선임 형사. 한수진이 와서 가져갔대. 그 사람은 파일을 복사본으로 바꿔 놨고,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시연이 일어났다. 천천히. 손은 여전히 허리에 있었다.

"당신은 뭐냐?"

"당신과 똑같은 사람."

준호의 입가에 가느다란 웃음이 피었다. 응급실의 형광등 아래서 봤던 그 표정이 아니었다. 이제 그는 밤 사람이었다. 완전히.

"형이 죽었고, 내 여동생도 죽었다. 그들을 죽인 놈들을 우리는 찾고 있다. 다만 방법이 다를 뿐."

"내가 형사예요. 법으로 구속시켜야 할 사람이 당신이다."

시연의 손이 경찰 신분증을 잡았다.

준호가 웃음을 그쳤다. 검은 눈이 정적으로 변했다. 위험의 고요함.

"그래. 당신의 직업이고, 나의 직업도 다르지 않지. 다만 나는 밤에만 한다. 낮에는 척추를 고친다."

그가 골목 입구 쪽으로 걸었다. 시연과의 거리를 늘리며.

"형사님이 나를 잡기로 결정했다면, 잘할 거라고 생각해. 그 명석한 눈으로. 하지만 한 가지만 알아둬."

준호가 멈춰 섰다. 등을 보이며.

"내가 놓친 사람들도 있고, 아직 처리해야 할 사람들도 있어. 당신이 나를 막기로 했다면, 당신도 그들의 법정에 서게 될 거야. 증거 인멸. 사건 방조. 그것들이 당신의 경력을 어떻게 만들까?"

시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주 수요일 신촌역 지하 3층. 자정. 혼자 와. 우리 이야기를 끝내자."

준호가 걸어갔다. 어둠 속으로. 신발 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결국 밤이 그를 완전히 삼켰다.

시연의 손에서 신분증이 떨어졌다. 떨어진 게 아니라 풀려난 거였다.

한수진. 내부자.

4년.

형의 사진은 여전히 책상 서랍에 있었고, 준호의 여동생은 지갑 속에 있었다. 둘 다 죽어 있었고, 둘 다 복수를 원했다.

그리고 시연은 이제 알았다. 형사의 길과 살인자의 길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걸. 그 지점에서 서로를 재우거나 죽이거나,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집어삼킨다는 걸.

밤이 깊어갔다. 골목의 불빛이 하나둘 꺼졌다.

시연은 경찰청으로 향했다. 한수진의 책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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