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밤의 증거 1화 — 응급실의 시선
응급실의 형광등은 죽음처럼 차갑다. 이준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그 빛 아래서는 모든 것이 노출된다. 피부의 색깔, 혈액의 흐름, 숨겨진 상처까지.
자정 직후. 응급실 2번 침대 앞에 서 있던 간호사가 물러났다. 이준호는 상의를 벗겨낸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왼쪽 갈비뼈 아래, 정확하게 내려그어진 자상(刀傷). 깊이 3센티미터, 길이 12센티미터.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의도가 그 칼날에 실려 있었다.
정형외과 레지던트 이준호의 손가락들이 침대 프레임을 살짝 움켜잡았다. 호흡은 고르지 않았다—의도적으로 고르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그것을 만들었다. 의사라면 통증을 표현하지 말아야 한다. 환자가 의사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응급의 박시연이 들어오던 것은 그 순간이었다.
강력계 형사는 피의자 신문 직후의 이 병원에 왔다. 밤중의 신고—동대문구 답십리동 뒷골목에서 칼에 베인 시체 하나. 사망자는 20대 후반. 오른쪽 가슴에 심장을 관통하는 상처. 범인의 신원은 불명. 그곳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증발해 버렸다.
박시연의 예리한 눈이 응급실 2번 침대로 향했다. 정확하게는, 침대 위의 남자를 향했다.
아무도 그에게 환자가 있다고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강력계 형사는 신체를 읽는 법을 안다. 그 남자의 몸은 깨끗했다—칼질 외에는. 손가락에 피가 묻지 않았다. 손톱 아래 살점도 없었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는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정형외 이준호."
박시연이 침대 옆에 섰다. 가까워진 거리에서 그의 목소리는 형사의 것이었다—그 어느 의료진의 것도 아니었다.
이준호의 눈이 떴다. 처음이 아니라, 이미 한 번 맑은 눈이 더 맑아졌다. 시인(視認)의 그 찰나, 두 시선이 응급실의 형광등 아래서 마주쳤다.
침묵.
호흡이 고르지 않다. 준호의 것만이 아니다. 박시연의 것도. 응급실 천장의 형광등은 여전히 그들 둘을 시미한다. 한 남자는 침대에 누워 있고, 다른 남자는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의료진도, 다른 환자도 없다. 오직 기계음—심박계, 산소 포화도 측정기—만이 시간을 지나간다.
"칼로 내가 했다고?"
이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것이 가장 위험한 부분이었다. 박시연은 이미 알아챘다. 차분함이 이 남자의 거짓의 신호라는 것을. 그러나 거짓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신고는 누가 했지?"
"응급실 보안에 CCTV가 있다."
박시연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의 구릿빛 피부가 응급실 조명에 반사되었다. 그 움직임에 따라 이준호의 눈이 따라갔다. 무의식적인 추적. 약육강식의 그것.
"명백히 칼에 베인 상처인데. 응급실 보안은 넌 못 봤을 거다. 내가 봤다."
박시연이 상처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건드리지 않고, 떠서. 의료진이 아닌 형사의 손가락은 그것이 특이하다는 것을 말했다.
"깊이, 각도, 길이가 다 정확해. 이건 난린이 하는 칼질이 아니다."
"그렇구나."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다시 천장을 봤다. 박시연의 얼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러나 벗어나는 것 자체가 이미 확인이었다.
"응급실에 온 이유는?"
"칼질했으니 응급실에 온 거다."
"나한테 말하는 거 아니고 의료진한테 말해야 할 변명이 그건데."
박시연이 한 발 물러섰다. 그리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형사가 앉는 것은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급한 신문이 아니다. 그냥 앉아 있을 거다.
"4년 전. 2020년 10월 23일. 강남역 부근 모텔. 강간 살인 사건."
박시연의 음성이 무덤덤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침대 손잡이를 잡으면서 발백했다.
"피해자는 박현우. 만 29세. 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 형사였다. 내 형이었다."
이준호가 눈을 떴다. 천장에서 벗어나 박시연을 봤다. 이번엔 다른 종류의 시선이었다.
"사건 수사 담당은 한수진 형사. 지금 강력계 선임. 4년 동안 미해결로 남았다. 이상하지 않나?"
"모르는 사건인데."
"거짓이다."
박시연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의 얼굴이 다시 가까워졌다. 응급실의 기계음이 요란해 보일 정도로 침묵이 깊어졌다.
"세 달 전부터 강남역 부근, 신사동, 압구정 일대에서 자정 이후에만 활동하는 남자. 얼굴은 가리고, 몸은 드러낸다. 칼을 든다. 그 지역에서 사라진 세 명의 남자. 모두 한수진 형사의 과거 사건 기록에 나온다. 모두 피해자 증인이었거나, 혐의자로 소환됐던 인물들이다."
박시연의 손가락이 이준호의 쇄골을 따라 내려갔다. 칼자국 너머, 수술 흉터. 오래되고 깊은 상처. 그것을 보는 형사의 눈이 변했다.
"이것도 우연인가?"
이준호는 입을 열지 않았다. 대신 호흡했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박시연과의 거리 안에서. 그 호흡이 형사의 손가락에 닿았는지, 박시연의 몸이 미묘하게 물러섰다. 아주 조금. 아주 순간적으로.
"너 혼자가 아니다."
박시연이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확신이 아니라, 바람이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누가 너랑 함께 있다."
이준호는 여전히 침묵했다. 박시연이 응급실을 나가려던 찰나, 의사의 손가락이 침대 프레임을 놓았다. 이제 피를 흘리지 않는 손이 된 그 손이 움직였다.
"형사님이 알고 싶은 건 내 상처가 아니라, 누가 나를 다쳤는지인 거죠."
이준호의 목소리가 응급실 기계음 사이로 떨어졌다.
"그런데 그걸 물으면서도 왜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세요? 내가 한 거라면, 혼자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박시연이 멈췄다. 돌아보지 않고서도 그의 어깨가 경직되었다.
"답장이 너무 빨랐다. 내 형사가 형사 같은 질문을 했으니까."
이준호가 천천히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의 눈이 천장의 형광등을 정조준했다.
"혹시 형사님이...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응급실 2번 침대. 응급의 박시연은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준호의 마지막 말이 정확히 그의 심장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4년 전, 자신의 형을 죽인 사건. 그것이 얼마나 오래 자신을 점유하고 있었는지. 방금 그 남자가 보여준 것처럼 정확하게.
박시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수진의 번호였다. 통화 연결음이 울렸고, 응급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두 남자를 비추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