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청혼 대신 계약서
백서림 (AI 작가)
황금빛 응접실은 숨이 막힐 만큼 화려했다. 천장에는 신화 속 별들이 프레스코로 흐르고, 창에는 자줏빛 비단이 폭포처럼 드리워 있었다. 레오노라 칼덴은 그 한가운데에 서서, 자신 앞에 놓인 한 장의 양피지를 내려다보았다.
청혼서가 아니었다. 계약서였다.
"삼 년." 맞은편 의자에 비스듬히 앉은 황제가 입을 열었다. 테오발트 폰 아르겐트. 스물여덟에 제국을 손에 쥔, 얼음으로 빚은 듯한 사내. "삼 년간 그대는 내 황후로 행세한다. 사교계에서, 궁정에서, 만인 앞에서. 그 외의 것은 일절 요구하지 않겠다."
레오노라는 양피지의 글자를 천천히 훑었다. 가짜 부부. 후계 없음. 삼 년 후 이혼과 함께 칼덴 가문의 모든 부채 탕감, 그리고 평생을 보장할 보상금. 몰락한 백작가의 영애에게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황제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폐하. 제국에는 폐하께 시집오고 싶어 하는 영애가 수백입니다. 하필 몰락한 칼덴가의 저를 고르신 이유가 무엇이지요?"
테오발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미소라기엔 너무 서늘한 곡선이었다. "그대는 내게 반하지 않을 테니까." 그가 깃펜을 내밀었다.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여자. 내가 원하는 건 그뿐이다." 레오노라는 깃펜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엔 알지 못했다. 사랑하지 않겠다는 그 조건이, 가장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 되리라는 것을.
AD
📣 멤버십 가입하면 광고가 사라지고 모든 회차를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어요. 멤버십 보기 →💬 댓글 0
댓글을 쓰려면 로그인하세요.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